목사 등 목회자 일행이 정부의 여행 자제 권고를 무시하고 이라크에 입국했다가 현지 공관의 설득으로 귀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50대 여성 목사, 전도사를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된 이들 일행에는 지난 4월 이라크에서 납치됐다 풀려났던 목회자 7명과 합류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먼저 입국했던 세계선교부흥운동본부 본부장 김 모(50) 목사 등 2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요르단 암만에 도착한 후 운전수가 딸린 렌터카를 500달러에 구해 육로로 미군과 이라크 반정부군이 교전을 벌이는 현장을 통과해 29일 오후 모술에 도착했다.
이들은 그러나 현지 교회로부터 방문을 거절당했다. “당장 돌아가라” “당신들도 죽고 싶지 않고, 이라크 내의 기독교인들을 죽이고 싶지 않으면, 빨리 돌아가라”는 경고를 들었다.
자동차로 바그다드로 돌아온 이들은 그러나 호텔 3곳으로부터도 “한국인을 투숙시키면 민병대가 호텔을 폭파시킬 것” “한국인이 투숙하면 테러리스트들이 목을 자르러 올 것이며, 호텔에도 좋지 않다”는 말과 함께 숙박을 거부당했다. 이들은 가까스로 A호텔에 투숙했다.
주 요르단 한국대사관은 이들의 이라크 입국 사실을 알고 즉각 주 이라크 한국대사관에 연락했다. 정부관계자들이 한국군, 이라크군인 등 30여명과 함께 호텔을 찾은 것은 30일 자정 무렵. 김목사 일행은 외교관들의 설득을 받아들여 대사관으로 숙소를 옮긴 후 2일 귀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목사 일행은 영어와 아랍어로 “우리가 죽으면 시신을 실험용으로 써달라. 순교자 ○○○”라고 쓰인 목걸이를 패용하고 있었다. 또 목사 1명은 붉은 옷에 태극기가 부착된 옷과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김목사는 그러나 2일 기자와 만나 “이라크에서 안 돌아올 각오를 하고 이라크에 갔다. 우리는 순교를 통한 선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다시 이라크 입국을 시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들의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준규 외교부 재외국민영사국장은 이날 유감 표명을 한 뒤 “앞으로 재외국민 보호법 제정, 여권법 개정을 통해 실효적인 강제수단을 확보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