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는 한국의 경기 상대가 바뀔 때마다 광고를 바꾸거나 다양한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보름 넘게 전국을 뒤흔든 월드컵 열기가 16강 진출 실패로 수그러들자 월드컵 마케팅에 나선 업계의 희비도 교차했다.
○울상 짓는 유통업계= 사상 최고 호황을 누리던 유통업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 대규모 밤샘 길거리 응원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편의점들이 울상이다.
편의점 GS25는 한국의 경기 때마다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진 곳 주변의 46개 점포 평균매출이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광장 근처 덕수점은 토고전(13일) 당일 하루 매출 2500만 원, 스위스전(24일) 3300만 원 등 평소보다 10배 넘는 매출을 올렸다.
홈쇼핑업체들도 아쉽긴 마찬가지. 평상시 오전 2∼5시대 방송 매출은 시간당 3000만 원대에 불과했지만 한국의 경기가 있을 때면 매출이 10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붉은악마 티셔츠를 판매하던 의류업체들은 재고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베이직하우스 홍보를 맡고 있는 서영진 씨는 “남은 티셔츠를 사회단체에 기증할지, 싸게 팔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반색하는 관광·문화업계= 반대로 관광·문화업계는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월드컵 직격탄에 가장 신음했던 대표적 업종이 관광업.
한 여행사 관계자는 “월드컵 때문에 여행사마다 외국인 관광객이 20∼40% 줄었다”면서 “아시아 국가가 모두 탈락해 외국인 관광이 회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숨죽였던 문화산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공연계는 한국의 16강 진출 좌절에 ‘한숨 놓았다’는 분위기다. 온라인 공연 티켓 판매업체인 티켓링크는 월드컵 개막 이후 뮤지컬과 연극 예매율이 20∼30%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관람객 감소로 실내 단체응원 등 잠시 ‘외도’를 했던 극장들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CGV 관계자는 “월드컵 때문에 개봉을 미룬 영화도 있다”면서 “월드컵 열기가 한풀 꺾이고 방학 특수가 시작돼 예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화계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0%까지 관객이 줄었으나 올해는 10%대로 예상보다 타격이 적은 것으로 추정했다.
월드컵 이후 신간 발행 종수가 대폭 줄었던 출판계도 일상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16강 진출 시의 경제효과는 날아가=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 등은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약 16조 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 및 참여업체들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 삼성 LG 등 대기업의 인지도 상승, 기업의 마케팅 비용 절약, 수출 증대 효과, 국가브랜드 제고 효과 등을 포함하면 이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유럽 진출이 활발하지 못한 국내 기업에 독일 월드컵은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