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와 면세점 등 관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ㆍ일 관계 악화와 원화 강세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다.
부산 롯데호텔 인근에서 10여 년간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액세서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 모씨.
“지난해부터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더니 올해 들어 장사가 통 되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방문해도 쇼핑하는 금액이 절대적으로 줄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호텔ㆍ면세점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인 투숙객 비중이 70% 정도로 일본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부산 지역은 이대로 간다면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산 롯데호텔은 올해 들어 6월까지 일본인 투숙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정도 줄었다. 전체 투숙객 중 50% 정도가 일본인 관광객인 롯데호텔로서는 커다란 손실일 수밖에 없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도 올해 들어 7월까지 일본인 투숙객이 지난해보다 20% 감소했다.
이재현 부산 롯데호텔 홍보과장은 “지난해 100엔을 바꾸면 1000원이던 원화가 지금은 800원 선으로 떨어졌다”며 “한ㆍ일 관계가 나빠지고 한류 현상이 한물간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ㆍ엔화 환율은 지난해 1월 100엔당 1005원에서 지난해 6월 930원으로 떨어졌다가 지금은 다시 820원 선까지 떨어졌다.
일본 관광객이 똑같은 엔화를 쓰더라도 관광수익이 20%가량 줄어드는 판인데 관광객 수 자체가 줄어들어 현장에서 체감하는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20%나 줄었다”고 밝혔다. 부산 롯데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부산 면세점 매출은 20~ 50% 정도가 일본 관광객에게서 나오고 있다. 박윤일 파라다이스호텔부산 판촉부장은 “이제 한국은 즐길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관광지로서 매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업상 부산을 매년 찾는다는 이치로 씨(52)는 “최근 원화 강세와 한ㆍ일 관계 악화로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는 것 자체를 꺼린다”며 “특히 한국은 한두 번 오고 나면 별로 할 게 없어 비슷한 비용으로 괌이나 사이판으로 가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상반기 일본 관광객 수는 112만3000여 명으로 지난해 동기(117만6000여 명)에 비해 4.7% 감소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고유가로 인한 항공료 인상과 원화 강세로 한국 관광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여기에다 한ㆍ일 관계 악화와 ‘욘사마’ 이후 한류붐이 주춤한 것도 일본 관광객 감소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