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말엔 1010원’
우리나라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과 미국의 강한 달러정책 재확인 등으로 올들어 가파르게 진행돼온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기조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3주 사이 달러당 원화 환율이 20원 이상 급등하면서 1년 내에 달러당 1000원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외 환경 변화 뚜렷=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964.8로 마감해 전날보다 0.9원 하락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960원대 중반까지 상승한 것은 지난 4월 초 이후 넉달만에 처음이다. 5월초 920원대까지 급락했던 환율은 이후 지속적인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강세기조 변화 원인으로 우선 올해 국내경제성장률 하락 및 이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을 들고 있다.
대우증권 이건웅 연구원은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5%를 밑돌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40억달러 이내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 펀더멘털이 원화강세 기조가 약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반전 여부를 지금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그동안 엔화나 대만달러 등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 원화만 강세를 보이던 움직임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위원도 이날 내놓은 ‘원화 약세 시작인가’ 리포트에서 “세계경제 확장 속도의 둔화, 미국의 강한 달러 선호, 한국의 경상수지 악화 등으로 향후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달러당 원화가치는 올해말 970원, 내년말에는 1010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최근 폴슨 미 재무장관의 발언은 동아시아국 통화절상 유도 등 환율조정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그간의 정책방향을 수정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박사는 “앞으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대폭 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낮고 미국의 금리인상도 조만간 중단될 것인 만큼 원화 환율이 추세적인 약세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의 원화 약세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출기업에 긍정적= 원화 강세가 반전될 경우 130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환율 하락으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된 정보기술(IT)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올 상반기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수출주력 IT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작년에 비해 수익이 크게 줄었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IT업종과 자동차 등 수출관련주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 연구원도 “하반기 수요 확대를 통한 IT기업 매출 회복과 함께 환율 요인이 IT기업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이라며 “자동차 업종 역시 원화 강세에 따른 이익 감소와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서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