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이후 한국이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중 6번째로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우리도 세계적인 고물가 국가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특히 쇠고기·돼지고기·분유·기저귀·생리대 등 주요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가격은 이미 주요 선진국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가 지난 2000~2006년 6월 중 30개 OECD 국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20.3%로 터키(277%)·헝가리(37.6%)·멕시코(30.5%)·스페인(22.2%)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았다.
품목별로 보면 ILO(국제노동기구)가 34개 주요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임금 및 식료품 가격 통계’에서 2004년 말 한국의 쇠고기(등심) 가격은 1㎏당 48.09달러로 일본(76.52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다.
사과와 감자 가격은 각각 2위로 미국(각각 11위)보다 77%와 110%씩 비쌌으며, 우유도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 돼지고기 가격은 1㎏당 13.1달러로 노르웨이·스위스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이에 따라 선진국과의 물가 격차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OECD가 발표하는 ‘상대국 물가지수’를 보면 한국 물가를 100으로 놓았을 때 미국의 물가는 2000년 171이었지만 올 6월엔 110까지 떨어졌다. 즉, 2000년에는 미국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71% 비쌌는데 지금은 10% 비싼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졌다는 뜻이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과 스위스도 2000년 각각 180과 209로 한국의 두 배 수준에 달했지만, 지난 6월엔 126과 159로 낮아졌다. 일본 물가 역시 우리의 2.64배에서 1.38배로 낮아졌다. 이들 선진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보다 2~3배 많은데 물가는 1.1~1.6배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품·서비스 부문의 시장개방 정도가 선진국보다 낮아 수입물가 하락효과가 적은데다 높은 세금 그리고 생산성 향상 속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