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벌써 3년이 넘게 살았는데도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아직도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영국학교에서는 아주 얌전하고 부끄럼 많이 타는 모범생이라 알려져 있는 나인데, 한국학교에서는 정 반대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활발한 나이다.
영국학교에 온지 벌써 3년 4개월이 되었지만 지금도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적응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영국학교가 신기하고 불편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다. 꼭 생각한 후에 목소리를 가다듬어 “익스큐즈미.. 어.. 캔 아이 보로우 유어 어... 펜슬?” 말하는 것이다. 그 때마다 맨날 내 자신이 싫어지고 답답하다. 그래서 꼭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학교를 꼭 가야된다. 이곳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특별한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툭’하고 튀어나온다.
“은슬아, 지우개 좀 빌려줘, 깜박 잊고 안 가져왔어.” 친구가 쑥 밀어준다. 우리들은 말이 필요 없다. 서로 통하니까. 영국학교에서는 하지 못한 말을 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풀린다. 한국학교는 모든 게 낯이 익고 한국어를 쓰는 아이들과 말하는 것이 나에게는 아주 소중하다. 영국 아이들과 말할 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 든다. 마치 갈증이 났을 때 마시는 한 잔의 사이다 같다고나 할까?
한국학교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내 친구들 중에도 재미가 없다며 학교를 그만 두는 아이도 가끔 있지만 그런 내 친구들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재미있는 곳을 오지 않겠다니…… 아마도 한국학교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나 말고 엄청 많을 것이다 생각한다. 다들 영국학교에서 재미있게 지내니……. 그래도 한국학교에서는 더 재미있게 지내는 나! 영국학교가 아무리 재미있어져도 한국학교보다는 덜 재미있을 것이라고 100%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