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정해(丁亥)년은 600년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 해’란 속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황금돼지 해에 태어난 아기는 재물운이 있고 평생 편하게 산다”는 루머성 주장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2006년 ‘쌍춘년 결혼열풍’에 이어 2007년엔 ‘황금돼지 베이비붐’이 일 조짐마저 보인다. 벌써 출산 및 문구 업계에선 황금돼지 해를 겨냥해 다양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산부인과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의 임신 상담이나 진료 예약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황금돼지 해’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한다. 올해 ‘쌍춘년’ 결혼소동으로 이득을 본 기업이 이번엔 ‘황금돼지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황금돼지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영·유아용품 업계다. 최근 한 유아용품 업체는 돼지 캐릭터를 이용한 출산 준비물 세트를 내놓았고, 완구업체도 돼지인형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일부 분유업체는 매월 추첨을 통해 신생아 2명에게 황금돼지를 증정하고 있다.
은행권 움직임도 부산하다. 특정 예금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 황금돼지 휴대전화 고리 등 선물을 주고 있다. 유통업체와 보험사, 영화관, 주유소, 식당 등에서도 황금돼지 저금통이나 순금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고객 발길을 붙잡는다.
황금돼지 해의 출처는 무엇일까.
한국역술인협회측은 “600년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 해란 것은 학술적으로 전혀 근거 없고 맞지도 않는 말”이라며 “역술인들도 그 출처가 어디인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정해년이 시작하는 첫날인 음력 1월1일 월주(月柱)에 토(土)가 들어있다보니 누런 흙 색깔에서 황금이 연상됐을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이는 민간 속설일 뿐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한국천문연구원 민병희 박사도 “황금돼지 해라는 말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역술적으로 봐도 내년이 황금돼지 해라고 부를 근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금돼지 해라는 말에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이 늘 것으로 예상한 많은 산후조리원이 이용료를 30∼50만원씩 올렸고, 이 사실이 보도되자 소비자 불만도 증폭되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서 ‘ericlee’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대출받아 신혼집 구하고, 이자 내랴, 각종 세금 내랴 먹고살기도 힘든 마당에 예정에도 없던 임신까지 해 고생이 배가 됐다”며 “아이가 잘 되기 바라는 부모 심정에서 근거 없는 얘기를 무조건 따랐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황금돼지 해라고 떠들어던 언론과 기업 등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황금돼지 해란 속설이 불러온 베이비붐 아이들은 자라면서 재물운보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에 부대끼는 고통을 겪을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