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모조품 시장이 5천억달러 가량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명품 핸드백의 ‘최고 모조 국가’라는 불명예스런 평가를 받고 있다고 로이터가 12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뉴욕발로 미 국토안보부가 지난 200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압수한 모조품이 1만4천건에 1억5천500만달러로 한해 전에 비해 근 두배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모조품 판매 대금의 일부가 테러 자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의 경우 한해 거래되는 모조품 시장 규모가 800억달러 상당으로 이 때문에 뉴욕시가 한해 10억달러 가량의 세수를 손해본다고 덧붙였다.
뉴욕 경찰국 관계자는 “모조품을 살 때 ‘이 돈이 불법 자금이 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지난 2004년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열차폭파 사건의 배후에 불법 CD 판매대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당시 테러로 191명이 희생됐음을 그는 상기시켰다.
로이터는 미 당국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모조품 1위 메이커라면서 이밖에 한국과 파키스탄 및 인도도 주요 모조품 생산국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또 베이징의 경우 명품 모조품들이 이를테면 ‘구치’가 아닌 ‘고치’ 등으로 살짝 이름을 바꾼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모조품 상인은 “일등급 모조품의 경우 질이 오리지널에 못지않게 훌륭하다”면서 “여러개를 사면 할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조품 생산과 유통이 이처럼 활개치고 있으나 당국의 단속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해 9월 로이터 회견에서 최근에야 이 문제를 단속하기 시작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서울에서도 모조품 판매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 예로 남대문을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상인은 로이터에 “우리는 중국산을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모조 명품백의 경우 한국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일본에 수출되기도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로이터는 ‘A급’ 모조품의 경우 유통 보안상 비밀 장소에서 팔리는 경우가 많으며 개당 몇백달러의 고가로 거래된다고 상인들을 인용해 전했다.
여성잡지인 하퍼스 바자르의 발레리 살렘비어 편집장은 로이터에 “소비자가 명품 모조품을 살 때 ‘이 돈이 어디로 갈까’를 한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면서 “가짜는 패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명품이 지나치게 고가인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 거리의 한 영국 관광객은 구치 모조백을 60달러에 샀다면서 “몇천달러하는 오리지널을 살 수 없는 처지에 모조품을 갖는다고 탓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