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24일 침체로 치닫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가가치세 인하를 포함한 200억파운드(약 45조원)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사진)은 이날 의회에서 발표한 예산안 초안 보고서에서 “장기적이고 심각한 경기 침체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며 12월 1일부터 부가가치세를 현행 17.5%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총 125억파운드 규모 부가가치세 인하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당장 연중 최대 쇼핑시즌인 크리스마스 경기가 크게 움츠러드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올해 평균 384파운드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할 것으로 보이는 영국인들은 평균 10파운드를 절감하는 효과를 갖게 됐다. 부가세 인하에 따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재무부는 2011년부터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5%로, 국민보험금을 0.5% 각각 인상할 계획이다. 또 일명 도덕세라 불리는 알코올, 담배, 휘발유에 대한 세금도 인상하겠다고 달링 장관은 밝혔다. 차기 총선 이후에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열심히 일한 사람을 응징할 생각은 없다”며 소득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토니 블레어 전 정부의 ‘신노동당 노선’을 버리고 전통적인 좌파 노동당의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BBC는 분석했다. 달링 장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대폭 하향 조정했다. 달링 장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에 예상했던 2.25%에서 마이너스 0.75% ∼ 마이너스 1.25%로 크게 낮췄다. 영국은 내년에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에 들어가게 된다. 달링 장관은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건전한 재정운용원칙만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파괴적”이 될 것이라며 공공부채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의 1%인 200억 파운드를 경기 부양에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달링 장관은 재정적자를 우려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더 깊고, 오래 가는 침체를 겪게 되고, 장기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세금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책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그러나 야당 보수당의 조지 오스본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정부 부채를 두 배 증가시키고, 향후 경기회복기에 터질 엄청난 세금 폭탄을 설치함으로써 “이 나라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간다”며 달링 장관을 비난했다. 정부 재정적자는 세금 인하와 정부 지출 증가로 올해 예상치의 2배를 넘어 780억파운드로, 내년에는 1천180억파운드로 늘어날 전망이다. 달링 장관은 이밖에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 아동 복지수당 인상 조속 시행 ▲ 자동차세 인상 연기 ▲ 저소득층 소득세 보전 수당 인상 및 영구화 등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