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민심’ 달래는데 실패 … ‘사퇴, 조기총선’ 압박 영국 집권 노동당이 지방의회 선거에 이어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참패하면서 고든 브라운 총리가 당 안팎으로부터 또다시 거센 사퇴 압력과 조기총선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은 전국 단위 선거 사상 처음으로 보수야당과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8일 잠정 집계된 개표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은 15.3%의 지지율로 11석, 보수야당은 28.6%의 지지율로 24석을 차지했다. EU 탈퇴를 요구하고 있는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은 17.4%를 득표해 13석을 확보했다.
노동당은 지난 4일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34개 카운티 의회 가운데 한 곳도 장악하지 못하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브라운 총리는 당 내부에서 사퇴요구가 터져 나오자 지난 5일 조기 개각을 단행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노동당이 최근 선거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낸 것은 무엇보다 최근 한달 넘게 영국 하원을 곤경에 몰아넣은 주택수당 부당청구 스캔들 때문이다.
의원들은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지역구 집이나 런던 근교 집 가운데 한 곳에 대해 주택 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번에 언론의 폭로로 무분별한 청구 관행이 드러나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마이클 마틴 하원의장이 314년 만에 처음으로 사퇴를 발표했고 여야 의원 20여명이 차기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진 국민 입장에서는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쓴 비용까지 혈세로 충당했다는 소식에 정치인에 대한 불신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개별 의원의 주택수당 청구 사례를 보면 보수야당이 노동당 보다 오히려 심각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야당 당수는 문제 있는 의원에 대해 출당을 압박하는 등 적극 대처했다.
반면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인적 쇄신보다는 제도 개혁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국민의 ‘뿔 난 정서’를 달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동당은 일단 지난 5일 개각을 단행한 뒤 앨런 존슨 내무장관, 로드 만델슨 사업부장관 등 차기를 노리는 당 중진들이 총리를 중심으로 단결해 난국을 헤쳐나가자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하지만 당내 반대파들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의 책임소재를 놓고 브라운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갈 태세다.
하원의원 350명 가운데 70여명 정도가 브라운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문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수 야당과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은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하고 경기 회복에 매진하기 위해 내년 6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까지 감안해 한발 앞서 조기 개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브라운 총리가 당 지도력을 회복하고 조기 총선 요구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