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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모씨가 사고 직후 전군(사진 가운데)을 데리고 갔던 광주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 CCTV 화면. 교통사고를 당한 초등학생이 사고 당시 멀쩡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살인범의 잔혹함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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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취득 기회 날라갈 것 우려 살해결심
“다른데 가자” 간호사와 20초 대화만… 피해 어린이 “살려달라” 요청에도 범행
교통사고를 낸 뒤 경상을 입은 초등학생 전모(11)군을 공기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48)씨가 사고 직후 전군을 데리고 갔던 광주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 CCTV(폐쇄회로TV) 동영상이 15일 공개됐다.
광주지방경찰청이 제공한 동영상에 따르면 이씨는 사고 당일인 4일 오후 8시 40분 40초쯤 전군과 함께 병원 응급실로 들어왔다. 전군은 교통사고로 인한 통증 때문인지 머리를 만지거나 팔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기도 했으나 정상적으로 혼자 걸어 다녔다. 이씨의 부축도 전혀 필요 없는 상태였다.
이씨는 간호사에게 “MRI(자기공명영상촬영)가 되냐”고 물은 뒤 간호사가“지금은 안 된다”고 하자 “그러냐. 다른 데로 가자”고 전군을 데리고 나갔다. 간호사와의 대화 시간은 불과 20여초 동안이었고, 이씨는 병원에 온 지 50여초만인 오후 8시41분 30초쯤 응급실을 나섰다.
앞서 이씨는 지난 4일 오후 8시30분쯤 만취상태에서 이스타나 승합차를 운전하다 광주 북구 일곡동 모 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전군을 오른쪽 범퍼로 들이받았다.
이 후 전군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곧바로 나온 이씨는 전군을 차 조수석에 태운 뒤 다른 병원으로 가지 않고 담양군 방향으로 이동했다. 오후 8시 57분쯤 이씨의 차가 장등동 도동고개를 넘어가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그는 담양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던 중 “살려달라”는 전군에게 공기총 6발을 쏴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씨가 교통사고로 경상을 입은 초등학생을 살해하기로 심경변화를 일으킨 것은 `운전면허에 대한 집착때문으로 조사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5일 “피의자 이모(48)씨가 운전면허와 생계에 대한 집착 때문에 A(11)군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이씨는 2005년 3월 음주운전으로 영업에 필수적인 운전면허가 취소됐으며 2007년 9월에 다시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돼 2년간 면허시험 응시가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오는 9월 면허를 딸 수 있었는데 이번 음주운전이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은 차치하고 면허 취득이 다시 어려워져 A군을 치료하려던 마음을 고쳐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에서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내가 운전면허 없이는 살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씨는 “전군이 중상을 입어 의식이 없어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살해했다”고 진술했으나 “사고 직후 전군이 멀쩡하게 걸어 다녔다”는 목격자 진술이 뒤늦게 나오자 이를 시인했다.
이씨는 범행 당일 점심과 저녁으로 이어진 술자리에서 소주 4병과 맥주 3병을 마신 뒤 지인을 만나기 위해 승합차 운전대를 잡았다가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