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영국 하원의원들의 부당 수당 청구 내역이 여론의 ‘분노’를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다.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일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하원은 2년전 “국민들이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18일 의회 웹사이트에 지난 4년간 하원의원 646명의 청구 내역을 알 수 있는 120만쪽짜리 보고서를 올렸다. 이 내역서에는 지난 4월 불거진 의원들의 주택수당 부당 청구 스캔들 내역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인물들이 거론돼 영국 정계의 파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사퇴 이틀 전에 지붕 수리 비용 명목으로 주택 수당 7000파운드를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고, 고든 브라운 총리 공격에 앞장선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는 잘못 청구했던 집 수리비 680파운드와 과다 청구한 모기지 이자 218파운드를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11만7000파운드의 세금을 회피한 것으로 나타난 키티 어셔 재무차관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 의원들은 거울, 화장실 솔, DVD, 비스킷, 커피, 땅콩, 카펫 구입 등 각종 희한한 목록으로 주택 수당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공개된 내역에 대한 공개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내역서에는 주소나 안전과 관련된 청구 내역 등 일부 정보가 알아볼 수 없게 검은색으로 표시돼 있다. 지난 4월 최초로 여야 의원들 부당 청구 내역을 공개했던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핵심적인 사실이 누락됐다”며 전면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공개된 청구 내역서를 바탕으로 수당을 과다 청구한 의원들을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기소쪽으로 결정이 나면, 신청하지 않은 모기지를 대출받은 것처럼 조작해 모기지 이자 수당을 청구한 일부 의원들이 가장 먼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AFP통신과 영국 언론 등은 전했다. 의원들은 주로 최고 2만4000파운드의 주택수당을 챙길 수 있는 ‘제2의 집’을 수시로 옮기며 필요 물품을 과다 청구해왔다. 부당 청구 스캔들로 마이클 마틴 하원의장이 책임을 지고 314년만에 하원의장직에서 중도 사퇴했고, 20여명의 의원과 각료가 사퇴하거나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