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에게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엄격히 교육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효과를 낼까.
어려서부터 백인과 황인·흑인이 두루 평등하다는 가치관을 습득할 것인가 아니면 그런 구분 없는 천진한 아이들에게 인종이라는 벽을 오히려 심어주는 부작용을 낼 것인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어린이 인종차별에 대한 미신(The Myth of Racist Kids)’이라는 시민단체의 보고서를 인용해 후자의 가능성도 상당할 수 있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영국에서 2002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인종관계법은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모든 인종차별 관련 사건을 현지 관계 당국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종차별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들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이름, 인종차별 행위, 처벌조치 내용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는 법이 시행된 2002년 이후 28만건의 인종차별 관련 사건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즉 매년 4만건씩의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초등학교나 유치원의 경우 인종차별 사건을 일일이 관리하고 보고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고서의 저자인 시민단체 매니페스토클럽의 아드리안 하트는 “인종차별 사건에 대한 보고의무가 다른 문제를 처리할 시간을 빼앗고 어린이들의 영역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런 정책이 아이들의 놀이공간에 인종문제를 들여와 원래 존재하지 않는 인종 간의 구분을 새로 만든다”고 경고했다.
즉 인종차별적인 욕의 의미도 모르고 사용하는 아이들과 그로 인한 다툼은 그냥 어린이들의 싸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종 문제화해서 재교육하는 것보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다른 학교 관계자는 “인종 문제가 연루된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돼야 하지만 인종차별의 개념을 너무 멀리 잡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단어의 이면에 있는 함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