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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고의 건축을 만나다 23 로이즈 빌딩 / 댄싱 빌딩
코리안위클리  2010/02/03, 06:22:47   
▲ 로이즈 빌딩은 내부 설비 시스템을 외부로 끌어냄으로써 그 만큼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완공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도 로이즈 빌딩을 능가하는 사무용 빌딩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 금융산업의 상징 로이즈 빌딩

지난 22회까지 소개한 44개의 건물을 살펴보면, 주택을 제외하고 모두 공공건축물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건축의 특성상 최고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대중의 생각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상업용 빌딩이 최고로 평가 받는 경우가 있다.
현대에 들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빌딩은 1986년 런던 시티에 완공된 ‘로이즈 빌딩’이다.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디자인한 이 빌딩은 그가 10년 전에 렌조 피아노와 함께 파리에 디자인한 퐁피두 센터와 같은 개념을 사용했다.
통상 내부에 있어야 하는 모든 설비 시스템을 외부로 끌어냄으로써, 그 만큼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높이 88미터, 14개 층으로 이루어진 로이즈 빌딩은 한 눈에 계단, 엘리베이터, 각종 파이프 등이 특별한 장식 없이 그대로 외부에 노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 건물인 3개의 타워와 3개의 서비스 타워로 구성된 로이즈 빌딩의 내부공간은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다. 내부는 특별한 구획 없이 개방되어 있고, 용도에 따라서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지붕의 아트리움을 통해서 스며드는 빛은 금속으로 인하여 느껴질 수 있는 차가운 분위기를 따뜻함으로 바꿔 놓는다.
특히 1층의 갤러리는 로이즈 빌딩 내부의 공간감을 잘 드러낸다. 1799년에 금화와 은화를 가득 실은 영국 군함 루틴호가 네덜란드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이후 인양작업을 통해서 루틴호의 상징인 ‘루틴 종’을 바다 속에서 건져냈고, 이후 로이즈 빌딩 1층 갤러리에 전시했다. 루틴 종은 전 세계의 불행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타종을 한다. 시티 지역은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금융 및 보험 산업 중심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건물 사이로 지어진 일부 상업용 빌딩은 기존의 건물과 조화롭지 않을 뿐더러, 내부의 업무환경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로이즈 빌딩은 시티 지역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2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로이즈 빌딩을 능가하는 사무용 빌딩은 찾아보기 어렵다.


체크공화국의 상징 댄싱빌딩

▲ 댄싱 빌딩은 20세기 미국의 전설적인 댄싱 커플을 대상으로 춤추는 한 쌍의 남녀를 형상화했다. 폭격으로 훼손된 도시를 재건하면서 새로운 이미지의 도시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파격적으로 세워졌다.
▲ 댄싱 빌딩은 20세기 미국의 전설적인 댄싱 커플을 대상으로 춤추는 한 쌍의 남녀를 형상화했다. 폭격으로 훼손된 도시를 재건하면서 새로운 이미지의 도시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파격적으로 세워졌다.
 
런던에 로이즈 빌딩이 완공되고 10년이 지난 1996년에 체크공화국의 수도 프라하에 ‘내셔널 네덜란드 빌딩’이 완공되었다. 그러나 이 건물을 이와 같은 이름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전문가조차도 거의 없을 듯싶다. 그 보다는 ‘댄싱 빌딩(Dancing Building)’으로 널리 알려졌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유명한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댄싱 빌딩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춤추는 한 쌍의 남녀를 형상화했다. 그 대상은 20세기 미국의 전설적인 댄싱 커플인 프레드 어스테어와 진저 로저스다.
건물의 뒤틀린 부분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춤을 추는 진저 로저스의 역동적인 모습이다. 마치 카메라 효과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과 같은 휘어진 벽과 창 그리고 내부의 구조체는 건축의 무한한 상상력과 이의 실현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기술력을 동시에 상징한다.
블타바 강을 중심으로 번성한 프라하는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건축을 배경으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수많은 역사적 건물이 훼손되었다.
현재 댄싱 빌딩이 지어진 자리도 폭격에 의해서 기존의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고 오랜 동안 방치되어 있던 곳이다. 이후 이곳을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장소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도시 모습과 어울리는 고전 건물을 다시 지을 것인지가 대해서 논의되었다. 논란 끝에 내셔널 네덜란드의 후원과 도시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자 열망했던 일부 정치인들의 지원 속에 파격적인 모습의 댄싱 빌딩으로 결정되었다.
2차 대전 이후 구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체코슬로바키아는 1993년에 체크공화국과 슬로바키아로 분리되었다. 민주화와 자본주의 시대를 맞이한 체크공화국은 정치는 물론이고, 사회, 경제적으로도 빠르게 변모했다. 그 중심에 자리한 프라하에 지어진 댄싱 빌딩은 새로운 체크공화국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정경대학 튜터)
          archtocity@chol.com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발간 예정)

활동 : 현재 디자인과 강의를 하며
         도시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조선일보, SKY-HD와 다큐멘타리를 제작했고
         KBS, SBS의 디자인 프로그램 자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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