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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세상 읽기 7 진정한 역사의 일부가 된 낙서
코리안위클리  2012/05/16, 07:08:30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러시아 군인들이 독일 국회의사당 벽에 남긴 낙서와 포탄 자국이 전쟁의 상처와 교훈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독일 국회의사당, 전쟁 흔적 그대로 보존
세계 향한 진실한 화해 메시지

건축의 흔적으로 전하는 역사

유럽에서 건물을 리노베이션 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 중 하나는 기존 건물의 일부를 새 건물의 일부로 활용하는 것이다. 보편적인 방식은 벽이나 기둥 등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담, 문, 창, 천장을 포함해 인테리어의 일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사실상 기능적, 경제적 측면과는 무관하며 상징적 성격이 강하다. 비록 극히 작은 부분일지라도 기존 건물의 일부를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해당 시기의 역사를 오랫동안 기억하려는 시도이다.
이처럼 건축을 통하여 역사적 기억과 흔적을 축적하는 방식이 단순히 몇 십 년 정도의 시간이 아니라 몇 백 년 동안 반복된다면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의 장이 될 수 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매 시기마다 보수에 보수를 거듭함으로써 형태와 색깔이 모두 다른 누더기 같은 건물벽이 보기 흉하기는 커녕 보는 사람들에게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깊은 감동을 전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 연재의 2회에서 ‘포장된 독일 국회의사당’이 상징하는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독일 국회의사당 내부로 발길을 옮기면 또 한 가지 세간에 이목을 끄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의 일부를 그대로 남겨 놓았는데 더욱 놀라운 점은 벽에 전쟁에 참여한 연합국의 러시아 군인들이 남긴 낙서까지 고스란히 보존했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소통과 화해의 장

1945년 5월, 베를린에 있었던 막바지 전투에서 연합국의 러시아 군인만 무려 8만여 명이 전사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런데 연합군의 폭격으로 독일 국회의사당이 심각하게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치열한 전투 끝에 국회의사당을 점령했던 러시아 군인들의 낙서와 메모 그리고 욕설 등이 건물 벽면에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독일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모습이었음에 틀림없다.
새로운 국회의사당을 계획하면서 다른 건물도 아니고 신성한 민의의 전당이자 국가의 자존심을 상징하므로 모두 새롭고 웅장하게 단장하자는 주장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놀랍게도 전쟁으로 인하여 부서진 건물과 낙서 등을 포함해 내부에 남겨진 흔적들을 최대한 그대로 남기고 활용하자는 의견이 만만치 않게 대두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독일은 물론이고 나아가 세계 역사의 감출 수 없는 한 부분이라는 진솔한 이유에서다.
나름의 설득력을 지녔으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하여 독일 내의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는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심지어 신성한 국회의사당을 관광 상품화한다는 비난까지 등장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는 이들의 극렬한 반대를 뒤로 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 건물 내부에 남겨진 포탄 자국과 비록 적군이었지만 이곳에서 희생된 러시아 장병들의 기억과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통일 독일의 국회의사당이 전쟁의 상처와 교훈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서의 역할까지 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세간의 예상을 깬 독일의 숭고한 결정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라는 오명을 안은 독일이 과거를 숨기지 않으며, 세계를 향해 진실된 화해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읽을 수 없지만, 느끼는 것으로 충분한 낙서는 진정한 역사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도시사회학 박사)
director@jhkurbanlab.co.uk

저서 :
<작가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산업유산의 재탄생>(2012 발간 예정)

활동 :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에서 도시 연구
김정후 도시건축정책연구소 운영
도시 및 건축법 수립과 정책 연구 참여
한겨레신문 문화칼럼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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