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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가정은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아버지로서 가장이 되신 가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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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영어로 Home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House(집)으로만 여기고 살아갑니다. 일하다가 집에 들어가 잠만 자고 나오면서 여인숙처럼 여기고 살거나, 잠자고 밥까지 먹고 나오며 하숙생처럼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sweet home’이라는 표현을 잘 씁니다. 여기에 쓰인 스위트라는 말은 ‘달콤하다’ ‘아름답다’ ‘신선하다’ ‘유쾌하다’는 등의 여러 가지 좋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정은 이와 같이 달콤하고 아름답고 유쾌한 곳이 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힘들고 어려울 때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안식하고 쉴 수 있는 평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5월의 첫 주를 어린이 주일로, 이어서 둘째 주일을 어버이 주일로 지킵니다. 저희 교회에서는 “교회는 가정이다”라는 메시지가 선포됩니다. 그렇지만 교회를 가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회적인 분위기나 교회의 전통 때문이 아닙니다. 성경이 그렇게 말씀하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가정이라는 사실은 오랜 경험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학습되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탄생한 저희 교회에서는 생활 속에서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유학생들 두세 명이 집 하나를 통째로 세를 내어 살기에 한 집에서 먹고 자고 공부하면서 그야말로 식구가 되어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런던 시내에 살다가 점차 예배당이 있는 윔블던 근처로 모여 들다 보니까 서로 멀지 않은 한 동네에 모여 살면서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참 가족적이네요.” 라는 방문자들의 소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에베소서를 읽다가 확실하게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교회는 ‘가족적인’(정확하게 말하면, 가족이 아니지만 그렇게 느끼는, ‘가족인 듯 가족 아닌 가족 같은’ 존재라는 의미?) 것이 아니라 한 하늘 아버지를 모신 “진정한 영적 가족(!)”이라는 사실입니다.
세상에 많은 단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직접 만드신 단체는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가정과 교회입니다. 국가도 하나님이 인정하셨지만 하나님께서 친히 만드신 단체는 아닙니다. 국가를 만들겠다는 인간들의 요구를 들어주신 것이라고 성경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만드신 공동체는 가정과 교회뿐입니다. 한 하나님께서 만드신 교회와 가정은 자연스럽게 닮은꼴입니다. 교회에서는 예배를 드립니다. 기도하고 찬송하고 사랑의 교제를 나눕니다. 가정도 예배하고 기도하고 찬송하며 사랑의 교제를 나누는 그런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주인되시는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에베소서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가정을 이루기 위한 두 가지 중요한 관계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첫째는 부부입니다. 자녀가 없어도 부부만 있으면 가정이 이루어지니 이것이 가정을 이루는 근본 요소인 것이 맞습니다. 성경은 부부 곧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 관하여 각각 구별하여 말씀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는 아내를 “사랑하라”고, 아내에게는 남편에게 “복종하라”고 하셨습니다. 성경은 가정의 리더십을 남편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책임도 엄격하게 묻고 있습니다. 아내를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자라야 가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가장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조건적으로 말하자면, 아내는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편에게만 복종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아내에게는 가정을 화합하는 역할을 맡겨 주셨습니다. 존경과 복종함으로 화합해야 합니다.
가정을 형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계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입니다. 성경은 부모들에게 주의 교양과 훈계로 자녀를 양육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다양한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서는 더욱 귀 기울여 듣고 따라야 할 교훈입니다. 자녀들에게는 부모에게 순종하고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십니다. 이 명령은 복을 약속하시면서 내리신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부모에게 효도하다가 복을 받은 예는 너무 많아서 다 언급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성경은 신랑과 신부의 관계를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성도)의 관계에 비유하여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에베소서 6장은 남편과 아내에 관해 그리고 그리스도와 교회에 관해 의도적으로 주어를 바꾸어가며(inter-changeably) 똑같은 내용을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교회와 가정은 영적 DNA가 똑같다는 말입니다. 같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적으로 우리는 가정생활을 통해서 하나님과 우리의 사랑의 관계를 배웁니다. 거꾸로 우리는 교회에 속함으로써 가정이 거룩해지고 복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교회로서의 가정, 가정으로서의 교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향하여 각자의 책임을 다하되 내가 먼저 행함으로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 수평적 원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행복한 가정은 인간의 노력으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너와 나,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인간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가 우선 되어야 가정의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장 행복한 가정은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아버지로서 가장이 되신 가정입니다.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하나님 아버지 모셨으니
믿음의 반석도 든든하다
우리 집 즐거운 동산이라.
고마워라 임마누엘
예수만 섬기는 우리 집
고마워라 임마누엘
복되고 즐거운 하루하루 (찬송가 559장)
완전한 가정은 예수 그리스도가 가정의 중심에 거하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남편도 있고 아내도 있는데 날마다 원망과 한숨, 그리고 불평 가운데 살아가는 가정이 있습니다. 집도 있고 돈과 명예와 권세도 있고 자식도 있는데, 바로 그 돈과 그 자식 때문에 다투고 노심초사하며 날마다 다투고 눈물로 지새우는 가정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이런 저런 필요와 부족이 있지만 매일 감사와 기쁨을 누리며 찬송이 흘러나오는 그런 가정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빈자리를 채워주시기 때문에 그런 가정은 항상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목회자로 교회를 섬기며 살아오면서 오랫동안 목회의 완성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교회를 이루면 교회다운 교회가 되는 것일까요? 저는 그 답을 오늘 칼럼의 제목에서 찾았습니다. 가정적인 교회가 아니라, 가정으로서의 교회를 이루는 것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교회가 교회다운 교회입니다. 교회는 구조적으로도 가정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가정입니다. 그뿐 아니라 교회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자녀들로 이루어진 믿음의 공동체입니다. 선교회를 가리켜 para-church 라고 부릅니다. para는 ‘넘어선다’ 혹은 ‘초월한다’는 의미를 가진 접두사입니다. 그러므로 선교회 또한 확장된 교회로서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아버지가 되어 함께 하시는 가정이 행복한 가정입니다. 행복은 세속적인 조건으로 말미암지 않습니다. 집이 좀 좁고 초라해도, 먹을 것이 풍성치 못하고 수입이 적어도, 부족한 부분이 여전히 있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떨어져 있고 먼저 하늘나라에 갔어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진정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항상 식탁에 의자 하나를 비워놓는 가정을 보았습니다. 예수님 자리랍니다. 밥을 먹을 때 뿐 아니라 대화할 때나 잠을 잘 때에도 예수님이 항상 곁에 계신 것처럼 사는 가정은 반드시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김석천 목사
행복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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