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를 91년부터 34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업도 20년 넘게 하면서 국내외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사람들이 저한테 결혼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결혼에 대한 몇가지 정의 중에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결혼은 6명이 한 침대를 쓰는 것”
북유럽 스웨덴에서 1년에 한번씩 자녀 결혼 때문에 방문하는 어머니가 계십니다. 스웨덴은 회원이 적기 때문에 가입을 바로 받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어머니는 한국에 올 때마다 가입이 많은지를 확인하곤 하는데요. 아들은 좋은 직장에 다니는 건강한 청년입니다.
아들이 영국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한국의 아버지도 만남을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영국은 유럽에서도 한국계가 많은 편인데, 그래도 아직 만남이 원활하지는 않습니다.
이민 1.5세대, 2세대 중에 준비된 분들이 많은데, 한국인 배우자를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교류가 많은 글로벌 시대인데도 결혼만큼은 그렇습니다. 공부나 일과는 달리 결혼은 노력해도 안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국계 싱글들과 부모님의 고민이 큰 거지요.
한국계 결혼에는 흥미로운 현상이 있습니다.
글로벌 매칭 플랫폼 커플닷넷은 20년간 한국과 해외에서 만남을 가진 싱글 16만8927쌍과 1만442쌍을 대상으로 남녀의 나이차를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한국은 3살차, 해외 한국계는 4살차로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외의 싱글들은 대부분 이민 1.5세대, 2세대의 자녀들인데요. 70~80년대 한국의 결혼문화에 익숙한 보수적인 부모의 성향이 자녀 세대로 이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부모가 자녀의 결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가족 중심의 문화여서 결혼은 한 집안의 큰 행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녀가 결혼을 할 때 부모가 작은 부분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을 씁니다. 결혼 전이나 후나 가족 간의 유대감이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이 한국의 가족관계이고,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결혼은 ‘6명이 한 침대를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여러 곳에 법인을 설립하고 있는데, 한국도 그렇지만, 중국, 일본도 통장 개설이 굉장히 어렵더군요. 보이스피싱 때문이라고 하네요.
한국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보이스피싱 문제가 심각한데요. 보이스피싱은 부모가 자녀에게 송금을 하는 나라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 세 나라가 유독 부모가 자녀를 많이 챙긴다는 거죠.
이혼자들을 만나보면 부부 갈등이 당사자의 문제도 있지만, 양가의 문화적 충돌 같은 가족갈등도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배우자 뿐 아니라 그 가족과 적응하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선을 지키느냐, 선넘은 패밀리가 되느냐, 이것이 행복한 결혼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 것 같습니다.
이웅진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