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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웨스트엔드가 또 하나의 세계 초연을 예고했다. 영국 아동문학의 아이콘이자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곰 캐릭터 ‘패딩턴(Paddington)’이 오는 11월 런던 웨스트엔드 사보이 극장(Savoy Theatre)에서 뮤지컬로 새롭게 태어난다. 마이클 본드(Michael Bond)의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이번 작품은 단순한 아동극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적 유산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는 대형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뮤지컬 ‘패딩턴’은 밴드 맥플라이(McFly)의 프론트맨이자 작곡가인 톰 플레처(Tom Fletcher)가 음악과 가사를 맡았으며, 각본은 제시카 스웨일(Jessica Swale), 연출은 ‘앤 앤 줄리엣(& Juliet)’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루크 셰퍼드(Luke Sheppard)가 맡는다. 세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조합이지만, 여기에 영국 최고의 제작자 소냐 프리드먼(Sonia Friedman)이 STUDIOCANAL, 유니버설 뮤직 소속 엘리자 럼리(Eliza Lumley)와 손을 잡고 공동 제작에 나서면서, 이번 초연은 명실공히 2025년 가을 웨스트엔드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플레처는 “이 특별한 곰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새롭게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이 말 그대로 꿈만 같다”며 “제시카, 루크, 그리고 최고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이 여정을 떠나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다. 패딩턴은 이 나라의 심장 그 자체이며, 우리는 모두 그 이야기를 다룬다는 사실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곧 세비 극장에서 여러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제시카 스웨일 또한 “패딩턴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희망과 친절, 포용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토록 상징적인 이야기를 지금 이 시점에 무대에 올리는 것은 필연처럼 느껴진다”며, “톰의 곡은 놀랍도록 감동적이고, 루크는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연출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이 프로젝트에 마음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전했다.
루크 셰퍼드는 이번 작품을 “전혀 새로운 스코어와 심금을 울리는 대본을 갖춘, 지금껏 본 적 없는 패딩턴”이라 표현하며, “다양한 캐릭터들이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 숨 쉬는 순간은, 라이브 공연만이 줄 수 있는 마법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꿈같은 프로젝트를 세비 극장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관객과 나눌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자 소냐 프리드먼과 엘리자 럼리는 “패딩턴에게 새로운 ‘집’을 마련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특별한 곰이 상징하는 따뜻함, 친절, 품격은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가치들이며, 이 아름다운 세계를 관객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특권”이라고 전했다.
‘패딩턴’은 단지 아동극이나 동화의 재해석을 넘어, 오늘날 공연 예술이 전달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관객은 패딩턴을 통해 단순한 향수 이상의 것을 만나게 될 것이다. 웨스트엔드가 가을의 정취와 함께 품게 될 푸른 코트의 곰은, 영국 연극계가 세대와 장르를 넘어 관객과 공감하려는 가장 따뜻한 방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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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dan Benjamin, Alex Sawyer, Lemuel Knights and Jordan Castle ⓒ Danny Kaan |
해밀턴 이후 10년, 브로드웨이엔 더 이상 ‘메가 히트’가 없다
제프리 셀러, 침체된 창작 생태계에 경고장
브로드웨이의 대표 프로듀서이자 ‘해밀턴(Hamilton)’의 제작자 제프리 셀러(Jeffrey Seller)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2015년 ‘해밀턴’ 이후 브로드웨이에는 또 다른 메가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회고가 아닌, 현재 브로드웨이 산업 전반의 위기감을 드러내는 경고로 읽힌다. 셀러는 이번 달 출간한 회고록 『Theater Kid』를 통해 자신의 수십 년간의 프로듀서 경력을 정리하면서, 브로드웨이의 창작 환경이 점점 더 상업성과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브로드웨이에 10편이 넘는 새로운 뮤지컬이 등장했고, 팬데믹 이전 수준에 가까운 관객 수 회복세를 보이는 점은 분명 “기념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수익을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해밀턴’ 이후 이렇다 할 메가 히트작이 없다는 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메가 히트작의 부재는 단순한 흥행 결과를 넘어서, 창작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23-24 시즌 브로드웨이의 총 관객 수는 약 1,229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8-19 시즌의 1,477만 명에 비해 약 17% 감소한 수치다. 이와 같은 수치는 극장 문이 다시 열렸다는 사실 이상의 맥락을 요구한다. 브로드웨이는 지금, ‘많은 작품이 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지갑을 여는 결정적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셀러의 가장 큰 우려는 바로 투자 자본의 지속 가능성이다. “언제쯤 투자금이 말라버릴지 걱정된다”는 그의 말은, 브로드웨이가 고위험 저수익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지난해 영국의 세계적인 여성 프로듀서 소냐 프리드먼(Sonia Friedman)이 <더 스테이지(The Stage)>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브로드웨이는 창작도 어렵고, 상업적으로 성공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한 바 있다. 셀러의 언급은 단순히 예산의 문제만이 아니라, 창작물에 대한 신뢰와 투자의 심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와 더불어 셀러는 최근 ‘해밀턴’의 미국 투어 공연을 케네디 센터에서 철수시키기로 한 배경도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당 기관에 개입하면서 공연 예술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우리의 쇼 수익을 그들의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은 예술이 특정 정치 세력에 의해 도구화되는 것을 명확히 거부한 것으로, 셀러의 예술관과 책임감 있는 프로듀서로서의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셀러의 발언은 단순한 ‘노장의 회고’가 아니다. 그것은 브로드웨이 창작 생태계의 미래를 진단하고, 다시 한 번 그 안에 ‘해밀턴’과 같은 혁신적이고 시대를 움직일 작품이 등장하기 위한 조건을 되묻는 질문이다. 지금의 브로드웨이는 단지 공연을 제작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문화적 변곡점을 준비하고 있는가? 셀러의 질문은 브로드웨이뿐 아니라 세계 공연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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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토니상 4개부문 후보작 뮤지컬 오퍼레이션 민스미트 |
영국 창작 뮤지컬 ‘오퍼레이션 민스미트’
토니상 4개 부문 후보작, 2026년 글로벌 투어 돌입
반면 영국 창작 뮤지컬의 기세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토니상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오퍼레이션 민스미트(Operation Mincemeat)’가 내년부터 글로벌 투어에 돌입한다.
제작사 스플릿립(SplitLip)은 최근 공식 발표를 통해 2026년을 기점으로 호주, 캐나다, 중국, 멕시코 등지에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현재 ILOVESTAGE에서 협의중이다.
세계 투어는 영국 맨체스터의 로우리 극장(The Lowry)에서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지역 투어가 아니라, 이 작품의 탄생과 밀접한 상징적 행보다. ‘오퍼레이션 민스미트’의 작가진이 2017년 이 극장에서 초연 개념의 스크래치 공연을 올린 것을 계기로, 로우리는 ‘민스미트’의 실질적인 모태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우리를 처음 믿고 무대에 세워준 극장에 감사의 의미를 담아 투어의 첫 행선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공연은 로우리 개막 이후 약 40주간 영국 전역을 순회할 예정이며, 세부 투어 일정과 캐스팅은 추후 발표된다.
현재 브로드웨이의 골든 시어터(Golden Theatre)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이미 세 번째 연장 공연에 들어가 있으며, 웨스트엔드에서는 무려 15번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제작사 스플릿립은 “‘오퍼레이션 민스미트’가 뉴욕에 진출하며 문자 그대로 세계의 문이 열렸다”고 밝히며, “이 작품은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동맹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주는 작품이다. 우리가 투어를 통해 향하게 될 나라들과 그 메시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깊은 의미를 느낀다”고 전했다.
단순한 장르 풍자나 코미디를 넘어, ‘오퍼레이션 민스미트’는 실화 기반의 스파이 서사를 통해 전시 전략, 국가 연대, 그리고 예술이 전달하는 시대의 메시지까지 품고 있다. 현재 이 작품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상시 공연 되고 있다. 이번 글로벌 투어가 단지 영국 창작 뮤지컬의 수출 성공을 넘어, 동시대 공연예술이 전 세계에 던지는 의미 있는 물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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