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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ndon Arts Theat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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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표처럼 공연장 좌석도 ‘업그레이드’ 가능한 시대, 런던 극장가의 새로운 돌파구가 보인다. 여행시 비행기표를 구매한 뒤 탑승 직전, 혹은 탑승 후 이륙전 마지막 순간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더 좋은 좌석으로 이동한 경험이 있는가? 이제 이러한 업그레이드 방식이 런던 극장 공연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Up(업)’이라는 새로운 앱이 런던 극장가에 도입되며, 관객은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공연 시작 직전 프리미엄 좌석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런던 중심부 Arts Theatre를 비롯해 RSC 등 여러 극장에서 채택 중인 이 앱은, 관객의 만족도는 물론 박스오피스 수익까지 극대화시키고 있다.
일부 공연에서 수익이 두 배로 증가하기도 했다는 극장측 전언이 있으며 이전에 비어 있던 프리미엄 좌석을 앱 덕분에 효율적으로 채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타나고 있다.
프리미엄 좌석, ‘클릭 몇 번’으로 이동
Up은 관객이 일반 좌석을 예매한 후, 공연 직전 앱을 통해 프리미엄 좌석으로 할인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화나 창구 방문 없이, 모바일 한 손으로 해결 가능한 이 프로세스는 관객 편의성과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개선했다.
이 앱의 또 다른 강점은 ‘모바일 티켓’의 진화다. 단순 입장 수단이 아닌, 출연진의 인스타그램, 공연 비하인드 사진, 굿즈 및 음료 주문 페이지까지 연결된 콘텐츠 중심 플랫폼으로 바뀌었다. 콘텐츠 중심 시대에 극장은 뒤처져 있었지만, 이제 티켓 자체가 하나의 ‘경험 채널’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런던의 Arts Theatre는 앱 도입 후 관객의 콘텐츠 공유율이 30%를 넘고, 티켓을 통해 다른 부대 소비(바, 굿즈 등)로의 전환율도 급증했다고 전했다.
업그레이드 티켓팅 기술은 박스오피스 업무 자동화로 관객 응대 질도 높아지고 있으며 현재 West End와 런던 내 다수 극장과 도입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부 극장은 £5 줄 넘김 등 항공사식 수익 모델을 도입하며 이미 티켓을 구매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새로운 아이디로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특히 ‘5파운드 한 줄 앞’ 서비스는 층마다 평균 12개의 좌석 등급을 가진 대 극장에서 등급의 경계선에 앉았을 경우 많게는 30파운드의 할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 관객들엔 매력적인 서비스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경험에 값을 매기는 이지젯(EasyJet)이 된 것인지, 공연장이 생존을 위해 필수로 도입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가격 정책이라 생각된다. 체험의 질이 아닌 출입권의 등급화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항공사 업셀링 모델이 극장에 상륙한 2025년, 관객은 선택권이 늘었지만 ‘가치’와 ‘가격’ 사이 균형을 다시 묻는다. 업그레이드라는 달콤한 제안이 극장 문턱을 낮출지, 혹은 더 높일지는 앞으로의 관객 반응이 판가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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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웨스트엔드 ‘최저가’ 티켓 1년 새 24% 폭등
런던 극장가의 상징인 웨스트엔드가 ‘저렴하게 즐기는 공연 문화 체험’이라는 옛말을 지우고 있다.
《더 스테이지》가 2025년 6월 28일 토요일 저녁 공연을 기준으로 집계한 연례 티켓 조사에 따르면, 웨스트엔드 공연의 평균 최저가 티켓은 30.55파운드(약 5만6,000원)로 전년 대비 24.29%나 급등했다. 작년엔 24.58파운드였던 ‘입문용’ 가격이 단숨에 6파운드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반면 최고가 티켓은 162.61파운드로 5.2%만 올랐다. 최저가가 다섯 배 가까운 속도로 뛰면서 ‘전국민이 즐기는 공연 문화’이라는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린다.
올해 가장 비싼 티켓은 로알드 달 원작 연극 〈자이언트〉가 353.95파운드로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뮤지컬 〈카바레〉도 253.95파운드로 4년 연속 뮤지컬 부문 1위를 지켰지만 작년보다 50파운드 낮춰 체면치레에 나섰다.
반대로 가장 낮은 등급중에서도 ‘착한 가격’으로 주목받은 작품은 두 파트로 구성된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다. 1회차당 15파운드, 두 파트 모두 합쳐도 30파운드로 업계 평균과 같거나 저렴하다.
제작진은 “초연(2016년) 이후 동일 가격을 유지해 접근성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높은 등급의 다른 좌석들은 한 가족의 한 달 생활비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예외에 불과하다. 코미디 스릴러 〈스파이 코미디〉가 시야 제한석을 20파운드에 풀고, 리전트 파크 야외극장에서 올린 〈놋츠 앤 크로스즈〉가 15파운드 티켓을 제시했지만, 전체 시장은 ‘엔트리 가격 인플레’에 휩쓸리고 있다.
연극·뮤지컬 제작비가 물가 상승·임금 인상·재료비 급등으로 치솟은 탓이다. 일부 프로듀서들은 비싼 티켓가격도 이해하지만, 최저가마저 한계치에 다다르면 미래 관객을 잃는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영국극장협회와 런던극장협회는 “단일 공연 스냅샷만으로 시장 전체를 단정할 수 없다”며 방어막을 친다. 실제 2024년 박스오피스 보고서에선 판매 티켓 절반 이상이 56파운드 이하였고, Kids Week처럼 어린이 무료·할인 정책으로 20만 장 이상이 배포됐다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평균 최저가가 물가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는 사실은 ‘문화 복지’의 안전판이 빠르게 얇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왜 공연 관람이 비싸지는가? 그 해답은 치솟는 제작비에 있다. 연극과 뮤지컬은 본질적으로 인력 중심 예술이다. 인건비는 해마다 오르고, 무대 장치·소품·홍보·장소 대관료·보험 등 고정비용도 상승 중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 얇은 수익률로 운영되며, 많은 공연은 흥행에 성공해도 장기 공연 후에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예를 들어, 웨스트엔드 연극 한 편의 제작비는 평균 100만 파운드 이상에 이른다. 뮤지컬은 초기 제작비만 1,000만 파운드를 넘기도 하며, 주간 운영비만 35만~45만 파운드에 달한다.
결론적으로 티켓값은 단순한 가격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무대 위에서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 기술자들이 만든 예술의 집합이며, 그 가치는 무대 뒤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비용과 맞물려 있다. 공연의 질을 유지하고 다양한 제작자가 지속가능하게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선, 티켓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웨스트엔드가 아직 브로드웨이보다는 저렴하다는 위로도 한계가 있다. 뉴욕에서 덴젤 워싱턴이 출연한 〈오셀로〉 프리미엄석은 921달러(약 680파운드)를 넘어섰다. 그러나 ‘해외보다 싸다’는 말은 현실에서 체감되지 않는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평범한 관객이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기엔 이미 벅찬 비용이 된 지 오래다.
흥행 압박이 커질수록 “값은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제작사 논리가 힘을 얻는 악순환이다. 결국 웨스트엔드가 ‘공연 문화 수도’라는 명성을 이어가려면, 눈부신 조명 아래 가려진 티켓 가격 양극화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금처럼 최저가가 치솟으면, 머지않아 웨스트엔드 1열뿐 아니라 ‘꼭대기 층’조차도 부자들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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