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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켓, 부자들 더 내라고 하면?
코리안위클리  2025/07/25, 02:35:17   
ⓒ Andy Rain/EPA-EFE/Shutterstock
1984년 《에비타(Evita)》가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상영되던 당시, 가장 저렴한 티켓은 £3였다. 당시 물가로 환산하면 현재 £9.79 수준이어야 하지만, 2025년 현재 이와 유사한 최저가 티켓은 £29.50에 이른다. 웨스트엔드에서의 티켓 가격 상승률이 단순한 물가 상승률을 훌쩍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최근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한 편을 관람하는 데 드는 비용이 £300를 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고가 티켓이 저가 티켓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관객들의 반응은 분노에 가까웠다. 고가 티켓을 더 올려 저가 티켓을 보조하는 모델인데, 일부 관객들은 이 발언을 ‘가스라이팅’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 주장은 다른 질문을 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금처럼, 더 많은 수익을 가진 이들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개념에 동의한다. 왜 공연계는 예외여야 할까?
£300가 넘는 티켓 가격은 공연의 ‘엘리트 예술’이라는 인식을 공고히 만든다. ‘지금 런던에서 최고가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는 건 중산층 이상을 위한 사치’라는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에선 덴젤 워싱턴 출연 《오셀로(Othello)》에 $995를 지불해야 했다는 사례가 이러한 경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극소수의 티켓을 고가로 판매함으로써 나머지 다수를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고려해볼 만한 전략이 된다. 이는 무조건적인 ‘저렴한 티켓 가격 유지’가 더 이상 자연스러운 가격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업계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할 시점이다.
예를 들어 《자이언트(Giant)》는 로열 코트(Royal Court)에서 £20에 볼 수 있었지만, 웨스트엔드 상연 막바지에 남은 몇 석은 수요에 따라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런 가격 정책은 자본주의 논리다.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계속 팔 수 있지만, 배우 존 리스고(John Lithgow) 같은 스타는 일정 기간만 무대에 선다. 이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에서 가격이 요동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많은 이들이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이 성수기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을 적용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공연에서 같은 전략이 적용되면 불공정하다고 여긴다.
고가 티켓의 수익이 저가 티켓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그 모든 흐름이 공개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이들이 공연을 접할 수 있는 생태계를 기대할 수 있을까? 진정한 공공성은 일률적인 가격이 아니라, 지불 가능한 사람들에겐 더 많이 내게 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에겐 더 쉽게 문을 열어주는 구조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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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세(Tax on Hope)를 아시나요?

어린 아이를 둔 부모가 자신들의 자녀가 너무 예쁜 나머지 잡지나 패션 모델을 시켜야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까? 경우에 따라 이런 생각을 실행할 목적으로 한국이나 영국의 모델 에이전시를 조사하다보면 오디션, 사진 촬영을 독려하면서 초기 비용을 받는 곳이 있다. 대부분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회 비용은 에이전시에서 부담해야 한다.
영국 엔터테인먼트계에서 말하는 ‘희망세’는 예술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플랫폼, 오디션, 등록 시스템 등)에 요금이 부과될 때 사용되는 비판적 용어다.
이 개념은 단순히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이 아니다. 기회 자체가 유료화되고,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경제적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다.
최근 영국 배우 노조 에퀴티(Equty)는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사실상 영국 배우들이 접근 가능한 유일한 캐스팅 플랫폼이다. 이런 독점 구조 안에서 가입비를, 그것도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하는 것은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기회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가 된다.
스포트라이트는 현재 연간 £ 205.80(약 38만 원)을 회원들에게 요구한다. 이는 2021년 이후 약 30% 인상된 수치다. 에퀴티는 이것이 영국의 고용중개법(Employment Agencies Act 1973)의 ‘합리적 추정치 이상의 요금은 불법’이라는 조항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기회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 문에 가격표를 붙이는 것이 정당한가?” 이 법정 싸움은 단순한 요금 분쟁이 아니다. 예술계가 어떻게 꿈을 유통하고, 누가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묻는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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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학습을 위해 창작 콘텐츠를 사용하는 시대

영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크리에이티브 산업 부문 계획(Creative Industries Sector Plan) 속에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뒤흔들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이 하나 숨어 있다. 바로 CCE(Creative Content Exchange)라는 디지털 콘텐츠 거래소다. AI가 학습을 위해 창작 콘텐츠를 사용하는 시대, 이 플랫폼은 공연계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수익 구조를 제공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CCE는 디지털화된 문화예술 자산을 사고팔거나 라이선스를 공유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투명한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연계의 경우, 대본뿐 아니라 무대 디자인, 조명 설계, 퍼펫 기술, 공연 영상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해당 자산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요소가 AI 개발자들이 학습 콘텐츠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법적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창작자들은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자신의 지적 재산권을 수익화할 수 있다.
실제로, 공연계에는 이미 막대한 가치를 지닌 콘텐츠 자산이 존재한다. 현재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흥행을 이어가는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의 몰입형 무대기술, ‘이웃집 토토로(My Neighbour Totoro)’의 놀라운 인형극 기법과 무대 전환 기술은 AI 학습에 있어 매우 유용한 데이터다. 이러한 자산은 단순히 한 편의 공연을 넘어, 장르 전체의 기술 진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 자산을 누가 소유하고, 누가 수익을 가져가는가이다.
CCE가 이러한 자산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공정하게 분배하는 구조를 갖추려면 기술적 완성도 이상으로 ‘윤리적 설계’가 필수다. 창작물의 학습은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동의’와 ‘보상’이라는 법적이고 윤리적인 원칙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원칙이 법제화될 때 비로소 CCE는 진정한 시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제공하는 틀과 업계가 가진 콘텐츠, 그리고 창작자가 요구하는 권리가 조화를 이룰 때 CCE는 공연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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