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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공연은 국가 전략 자산
코리안위클리  2026/03/06, 13:37:06   
BFG ⓒ로열 셰익스피어극단
지난 1월말 영국 총리의 중국 국빈 방문이 있었다. 이 방문은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일관되고 실용적인 파트너십”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스타머 총리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했고, 중국 정부 및 기업·문화 기관 대표들과 광범위한 논의를 했다.
놀라운 점은 이번 공식 방문에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과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 대표들도 이 문화 대표단의 일원으로 포함됐다. 국빈 만찬이나 교민 행사에서 10~20분짜리 전통 공연이나 K-팝 축하무대가 배치되는 수준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영국 공연예술의 양대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이 두 기관은 단순한 제작 단체가 아니다. 셰익스피어라는 문화 유산과 공공극장 제도의 권위를 대표하는 상징적 브랜드다. 정부가 외교 무대에 이들을 세웠다는 것은 분명한 신호다. 공연은 이제 장식이 아니라 영국의 국가 전략 자산이라는 선언이다.
정부의 선택은 계산적이다. 외교적 상징이 필요할 때, 가장 안정적이고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배치한다. 영국 국립극장과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은 세계 어디에서든 통용되는 이름이다. 소프트 파워는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구체적 얼굴을 통해 작동한다. 정부는 그 얼굴을 선택했다.
문제는 우리가 이 자리를 어떻게 이해하느냐다. 우리는 수년간 문화가 경제적 가치와 국가 브랜드를 창출한다고 주장해왔다. 지원금 협상에서, 산업 전략 토론에서, 문화는 투자이며 수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정부가 그 논리를 실제 외교·무역의 장에서 실행할 때, 예술은 완전히 거리를 두기는 어렵다.
소프트 파워는 매혹과 영향력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영구적이지 않다. 매력적인 예술장르의 학습이 끝나면 필요성은 줄어든다. 그래서 소프트 파워의 영향력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그렇다면 영국 국립극장과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의 이름은 얼마나 오래 상징으로 기능할 것인가. 영국 연극계는 브랜드의 지속성을 과신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지점에서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한국 정부의 해외 국빈 방문 일정에 문화 공연이 포함되는 일은 익숙하다. 전통 국악이 만찬을 장식하고, K-팝이 환영 행사의 분위기를 띄운다. 2018년 평양 공연처럼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예술단 파견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외교적 연출이었지, 문화 기관이 산업 전략의 플레이어로 동행한 사례는 아니었다. 공연은 메시지를 장식했지만, 협상의 주체는 아니었다. 한국에서 국립극단이나 국립극장, 주요 뮤지컬 제작사가 무역·산업 대표단의 일원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이 있었던가. 공연예술이 게임·드라마·K-팝처럼 전략적으로 구조화된 수출 산업으로 배치된 적이 있었던가. 냉정하게 말해 거의 없다. 영국은 연극을 외교 테이블에 앉혔다. 한국은 여전히 무대 위에 세운다.
이 차이는 단순한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공연예술을 바라보는 국가의 시선 차이이자, 우리 스스로의 자기 인식 문제다. 우리는 정부 지원을 요구할 때 공연예술의 산업적 가치와 글로벌 잠재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외교와 무역의 장에서 공연은 어디에 서 있는가. 전략 테이블인가, 리셉션 무대인가. 더 불편한 질문이 남는다. 만약 한국 정부가 공연계를 산업 외교 대표단에 포함시키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준비돼 있는가. 구체적 사업 모델은 있는가. 국제 공동제작과 권리 구조, 기술 교류에 대한 설계는 있는가.
공연은 선택의 예술이다. 인물은 갈등 속에서 결단을 내리고, 그 결과를 감당한다. 지금 갈등은 무대 위가 아니라 제도와 정책의 층위에 있다. 윤리를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산업을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장면으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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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 3년 만에 런던 귀환
팰러디엄 콘서트에서 바비칸 여름 신작으로!

프랭크 와일드혼의 뮤지컬 <데스노트>가 2026년 여름, 한층 확장된 ‘리이매진(reimagined)’ 프로덕션으로 런던 무대에 돌아온다. 이번 공연은 7월 30일부터 9월 12일까지 Barbican Centre에서 진행되며, 프레스 나이트는 8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프로덕션은 단순한 재공연이 아니다. 기존 대본을 수정하고 새로운 넘버를 추가해 작품 구조를 재정비하는 방식으로, 서구 시장 안착을 겨냥한 전략적 재탄생에 가깝다.
제작 역시 대형 협업 구조다. Trafalgar Theatre Productions가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HoriPro, Pinnacle Productions와 함께 참여하며, 바비칸의 여름 시즌 대형 작품 라인업으로 편성됐다. 이는 이 작품이 더 이상 ‘컬트적 수입작’이 아니라, 런던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규모와 완성도를 전제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이번 귀환은 2023년 London Palladium에서 8월 21일과 22일 단 이틀간 콘서트 버전의 영어 초연 이후 3년 만이다.
<데스노트>는 2015년 도쿄에서 초연된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원작은 Tsugumi Ohba와 Takeshi Obata의 동명 만화로, 글로벌 팬층을 형성한 지적 스릴러다. 2022년에는 한국 프로덕션이 제작됐으며, 2017년에는 Netflix가 영화로 각색해 공개했고, 이 작품에는 Willem Dafoe가 출연했다.
이번 바비칸 시즌은 전략적 전환점에 가깝다. 2023년 팰러디엄 공연이 ‘서구 시장 테스트’였다면, 2026년 바비칸 프로덕션은 수정·보강을 거친 본격 상업 진입 단계다. 특히 대본 개정과 신곡 추가는 단순한 스케일 확장이 아니라, 서구 뮤지컬 문법에 맞춘 재구성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와일드혼은 이번 무대를 두고 “서구에서의 긴 여정을 향한 한 걸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 레퍼토리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접근이다.
캐스팅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바비칸이라는 공간이 요구하는 물리적·음악적 규모를 고려할 때, 스타 파워와 가창력을 겸비한 라인업이 기대된다.
아시아에서 출발해 런던 웨스트엔드로 확장되는 지난 4년간의 여정은 점진적이다. 콘서트 형식의 실험, 시장 반응 확인, 그리고 대형 프로덕션으로의 복귀. <데스노트>의 이번 귀환은 단순한 재공연이 아니라, 글로벌 IP 뮤지컬이 서구 상업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거치는 전략적 단계의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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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렉스트 공연이란?

릴렉스트 공연(Relaxed Performance)은 자폐 스펙트럼을 포함한 신경다양성(Neurodivergent) 관객, 감각 과민을 겪는 관객,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관객 등을 위해 공연 환경을 조정한 특별한 형식의 공연이다.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관람 환경을 재설계함으로써 더 많은 관객이 공연 예술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성 전략이다.
릴렉스트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감각 자극을 완화하는 데 있다. 갑작스러운 암전이나 강한 섬광 조명, 과도한 음량 등을 줄이고, 조명과 음향을 보다 부드럽게 조정한다. 또한 객석에서는 관객의 움직임이나 반응에 대해 보다 유연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공연 중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며, 소리를 내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도 일반 공연보다 관용적인 환경이 마련된다. 더불어 프론트 오브 하우스 직원들은 사전 교육을 통해 관객의 접근성 요구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다.
이러한 형식은 최근 영국 공연계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접근성과 포용성이 문화 정책의 주요 의제로 자리 잡으면서, 상업 공연과 공공 극장 모두 릴렉스트 공연을 정기적으로 편성하는 추세다.
이 흐름 속에서 뮤지컬 《해밀턴》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릴렉스트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4월 29일 런던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에서 진행되며, 웨스트엔드 공연이 2027년 3월 13일까지 연장된 가운데 발표됐다. 이는 대형 상업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접근성 모델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 소유주 캐머런 매킨토시, 프로듀서 제프리 셀러, 그리고 접근성 전문 자선단체 Go Live Theatre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Go Live Theatre는 그동안 《더 플레이 댓 고즈 롱》, 《맘마미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다양한 작품에서 릴렉스트 공연을 진행해왔다.
Go Live Theatre 최고경영자 시타 맥인토시는 이번 협업을 두고 “영광이자 특권”이라며, 1,500명 이상의 관객이 함께하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릴렉스트 공연이 단순한 ‘특별 이벤트’가 아니라, 공연 산업이 관객 개발 전략을 재정의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공연의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관람의 조건을 확장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릴렉스트 공연이 갖는 의미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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