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동쪽에 위치한 트루바두어극장(Troubadour Canary Wharf Theatre)에서 ‘헝거게임’이 무대 공연으로 올라왔다. 영화와 책으로 익숙한 그 이야기, 아이들이 서로 싸워야 살아남는 잔혹한 게임을 연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한마디로 ‘스케일’이다. 무대는 일반적인 연극처럼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마치 거대한 게임쇼 세트장처럼 꾸며져 있다. 큰 스크린과 강한 조명, 폭발음 같은 사운드가 계속 이어지고, 객석 일부는 실제로 움직이기도 한다. 관객이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려는 연출이다.
특히 2막, 실제 게임이 시작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조명, 소리가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긴장감이 확 살아난다. 이 부분만큼은 “와, 이건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의 감정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빠르게 지나가다 보니, 관객이 깊이 몰입하기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버리는 느낌이다. 특히 사랑 이야기나 우정 같은 감정선은 기대보다 약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느낌이다. 눈으로는 계속 놀라는데, 마음은 조금 덜 움직인다. 영화를 이미 본 사람이라면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따라가기는 쉽지만,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스토리가 다소 빠르게 전개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공연은 누구에게 맞을까? 헝거게임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만하다. “이걸 무대에서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재미가 분명히 있다.
또 런던에서 색다른 공연 경험을 찾는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특히 친구나 가족과 함께 “볼거리 많은 공연”을 찾고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감동적인 드라마나 깊은 이야기 중심의 연극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결국 이 공연은 이런 방향에 가깝다. ‘좋은 연극’이라기보다 ‘잘 만든 대형 체험형 쇼’.
런던 공연 시장이 점점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연에서, 관객을 하나의 공간 속으로 끌어들이는 경험형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이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묻는다면, 답은 꽤 명확하다. 화려한 무대와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면 한 번쯤 볼 만하다. 다만 깊은 감정과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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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예술계 프리랜서 절반 가까이 “무급 노동 중”
영국 예술·문화 산업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의 현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회계 서비스 회사 (The Accountancy Partnership)가 1,000명 이상의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창작 분야 종사자 중 약 46%가 매주 최소 5시간 이상을 ‘돈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무급 노동 시간이 주 10시간 이상이라고 답해, 단순한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 드러났다.
가장 큰 이유는 ‘예산 삭감’이다. 조사에 따르면 절반 정도(50.2%)의 프리랜서가 “기업이나 기관의 예산 축소”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공연, 디자인, 콘텐츠 제작 등 창작 분야는 대부분 마케팅이나 선택적 소비 예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일감이 꾸준하지 않다”는 응답도 약 40%에 달했다. 쉽게 말해, 일이 있을 때는 몰려서 하고, 없을 때는 완전히 끊기는 구조다. 고정 월급이 없는 프리랜서에게는 이 변동성이 그대로 생계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은 정신적인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절반 이상(50.7%)이 스트레스나 불안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단순히 수입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계속 쌓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AI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약 43%는 AI가 자신의 일을 위협할 것이라고 봤지만, 반대로 약 20%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아직 방향은 확실하지 않지만, 업계 전체가 변화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프리랜서 전담 옹호자(freelance champion)’를 임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리하면 현재 상황은 이렇다. 일은 불규칙하고, 예산은 줄어들고, 무급 노동은 늘어나고, 스트레스는 커지고 있다
특히 공연·예술 분야처럼 프로젝트 중심으로 움직이는 산업에서는 이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난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예술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공연과 전시 뒤에서, 실제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버티는 구조’ 속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이 아니라, 앞으로 영국 공연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이슈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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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작은 무대에서 시작된 ‘플리백’
에든버러를 거쳐 세계적인 히트작으로, 드디어 한국 공연 확정
영국을 대표하는 1인극 작품 Fleabag이 드디어 한국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런던이 아니라, 에든버러였다. ‘플리백’은 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서 1인극 형태로 처음 선보여졌다. 당시 작은 규모의 공연이었지만, 강렬한 캐릭터와 솔직한 이야기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런던으로 옮겨와 소호 극장을 포함한 소규모 극장에서 공연되며 관객층을 넓혔고, 연극으로서 관심을 모으게 된다. 사실 이 작품은 소호 극장에서 소개된 이후, 런던 기반의 아이러브스테이지(ILOVESTAGE)를 통해 영어 버전으로 한국 투어링 공연이 성사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플리백’은 지금과 같은 “글로벌 스타 IP”가 아니었다. 그저 런던의 작은 극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가능성 있는 1인극 작품 중 하나였다. 그래서 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출발은 매우 작고, 개인적인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이후 이 무대 작품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작가이자 배우인 피비( Phoebe Waller-Bridge)가 직접 주연을 맡은 TV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플리백’은 단순한 연극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로 확장된다. BBC와 아마존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에미상 수상까지 이어지며 세계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명확하다. 처음부터 ‘작게 시작한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화려한 무대나 대규모 제작이 아닌, 배우 한 명과 강력한 텍스트만으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그 힘이 그대로 다른 매체로 확장되었다. 즉, 콘텐츠의 핵심은 스케일이 아니라 ‘목소리가진 스토리’와 ‘캐릭터’였던 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국 공연계에서 하나의 상징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프린지에서 시작해 글로벌 히트로 이어진 작품”
이번 한국 공연은 이런 맥락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미 NT LIVE를 통해 한국의 국립극장에서 영상으로 소개가 되었고, 영어를 공부하는 한국사람들에게 영국 드라마로 익숙한 작품을 다시 본래의 ‘무대’로 가져온다는 점, 그리고 원작의 출발이었던 1인극 형식을 어떻게 한국 관객에게 전달할 것인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한국어 공연권은 아이러브스테이지가 확보하고 한국의 공연 제작사인 브러쉬 시어터가 함께 제작한다. 특히 최근 한국 공연 시장이 대형 뮤지컬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플리백’ 같은 1인극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도 주목된다. 결국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한 명의 배우, 한 개의 이야기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극적인 답이 바로 ‘플리백’이다. 참여하는 배우와 공연 일정은 곧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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