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토 커뮤니티 구인 전화번호 지난신문보기
전체기사
핫이슈
영국
한인
칼럼
연재
기고
스포츠
연예
한국
국제
날씨
달력/행사
포토뉴스
동영상 뉴스
칼럼니스트
지난신문보기
  뉴스전체기사 글짜크기  | 
월드컵 저주에 걸린 웨스트엔드
코리안위클리  2026/06/26, 21:37:57   
ⓒ ILOVESTAGE IMAGE LIBRARY
세계 최고 수준의 뮤지컬과 연극이 불을 밝히는 런던 웨스트엔드가 2026년 여름, 사상 최악의 라이벌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신작도, 치솟는 런던의 물가도 아니다. 대서양 건너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한창 진행 중인 ‘2026 북미 월드컵’이 그 주인공이다. 축구 종가답게 영국인들의 시선이 온통 초록색 잔디 위로 쏠리면서, 극장가 저녁 공연의 티켓 판매율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실 메가 스포츠 이벤트와 공연 매출의 ‘잔혹한 상관관계’는 오랜 역사적 통계가 증명하는 극장가의 유서 깊은 징크스다. 영국 공연계의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월드컵 기간 웨스트엔드의 관객 동원력은 여지없이 곤두박질쳤다. 대표적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웨스트엔드 총관객 수는 전년 대비 15%나 급감하며 극장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잉글랜드가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토너먼트에 진출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도 가장 타격이 컸던 주간의 관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나 하락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등 대형 축제가 도심을 휩쓸 때마다 문화 소비지출이 스포츠와 유흥으로 쏠리는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
이번 시즌의 타격이 유독 뼈아픈 이유는 팬데믹 이후 완전히 뒤바뀐 관객들의 ‘예매 패턴’ 때문이다. 과거에는 몇 달 전 미리 표를 사두는 선예매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 웨스트엔드는 공연 임박 시점에 지갑을 여는 ‘라스트 미닛(Last-minute) 당일 예매’ 중심으로 구조가 변했다. 당일 날씨가 너무 좋거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빅매치가 잡히는 등의 돌발 변수가 생기면 그날 오후 티켓 판매율이 문자 그대로 ‘바닥을 뚫고’ 추락하는 취약한 환경이 된 것이다. 실제로 런던 광장에서 야외 셰익스피어 극을 올리는 한 제작사는 “경기 시작 전에 공연이 끝나도록 일정을 짰음에도, 잉글랜드 전이 있는 날엔 예매율이 평소의 50%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며 “축구 경기 전엔 아무도 문화생활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현재 영국 공연계가 직면한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제작비 고공행진은 프로듀서들의 목을 더 죄어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월드컵 기간에는 펍, 바비큐 파티 용품 매출이 폭발하지만 극장 매표소는 철저히 외면당한다.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일부 중소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배우와 스태프에게 유급 휴가를 주고 극장 문을 닫아 제작비(오버헤드)라도 아끼는 게 이득”이라는 극단적인 비명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아무리 축구가 득세해도 연간 West End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프리미어리그 관객 수보다 많다”며 쇼의 건재함을 믿는 낙관론도 있다. 그러나 대대로 이어져 온 월드컵과의 백병전에서 극장이 늘 약세였다는 역사적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는 극장가의 오랜 격언도, 2026년 여름 런던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축구 열풍 앞에서는 잠시 숨을 죽인 채 잉글랜드 대표팀의 경기 스코어보드를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

영국 공연계, ‘돈’ 앞에 신념 버렸나

영국 극장가가 이념과 생존 사이에서 전례 없는 대전쟁에 돌입했다. 최근 극장 연합이 영국 극장들에 비공개로 배포한 ‘개혁당(Reform UK) 대응 지침서(Toolkit)’가 유출되면서다. 지침서의 핵심은 명확하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4개 지방 의회를 장악한 우파 정당 ‘Reform UK’ 의원들을 극장으로 적극 초청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언어로 극장의 가치를 ‘세일즈’하라는 것이다.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현장 예술인들은 폭발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수백 개의 분노 어린 댓글이 쏟아졌다.
한 예술인은 “우파 정당과 손잡는 극장 공연엔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또 다른 이는 “예술이 대변해 온 소수자와 다양성의 가치를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정당에 팔아넘기라는 소리냐”며 격렬히 비판했다. 실제로 얼마 전 맨체스터의 한 극장(Storyhouse)에서 열린 어린이 퀴어 축제(Mini Pride)가 Reform UK 시의원들의 거센 탄압을 받았던 터라 예술계의 배신감은 더 컸다.
그러나 극장 연합 측의 입장도 완강하다. “이제 그들과의 소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현실론이다. 영국의 지방 분권화가 가속화되면서 지방 의회가 문화예술 예산과 지역 개발 투자금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었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그들이 ‘돈줄’을 쥔 예산 집행권자가 된 이상, 극장이 문을 닫지 않으려면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침이다.
특히 이번 지침서가 제안한 ‘비즈니스 처세술’은 치밀하다 못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우파 정치인들을 설득할 때는 극장가에서 흔히 쓰던 ‘정부 보조금(Subsidy)’이나 ‘문화적 권리(Cultural Entitlement)’ 같은 진보적인 단어를 철저히 숨기라고 조언한다. 대신 극장을 ‘지역 상권을 살리는 핵심 인프라’, ‘일자리와 관광 수입을 보장하는 투자 파트너(Investment Partner)’로 포장하라는 것이다. 예술의 가치 대신 ‘돈이 되는 데이터’를 내밀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특정 우파 정당만을 겨냥한 이번 지침서가 예술계의 분열을 자초한 ‘악수(Own Goal)’였다고 지적한다. 정치인을 설득하는 건 늘 있는 일이지만, 굳이 이념적 대립이 첨예한 정당을 콕 집어 ‘아부 지침’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는 비판이다.
2026년 현재 영국의 극장들은 거대한 시험대에 섰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신념을 꺾고 우파 의원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가, 아니면 굶어 죽더라도 예술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가. “모두가 환영받는 극장”이라는 위대한 이상과 “당장 다음 달 제작비”라는 차가운 현실 사이에서, 영국 극장가는 지금 무대 위가 아닌 무대 뒤 로비에서 가장 치열한 연극을 펼치고 있다.

---------------------------------------------------------------------------

ⓒ ILOVESTAGE IMAGE LIBRARY
ⓒ ILOVESTAGE IMAGE LIBRARY
 
쉬는 시간, 그녀 옆에 트랜스젠더가 섰다

런던 극장가 ‘화장실 대전쟁’

관객은 공연을 보러 가고, 제작자는 티켓 판매를 걱정하며, 배우는 무대를 준비한다. 그런데 최근 영국 공연계에 예술도, 돈도 아닌 황당한 고민거리가 터졌다. 바로 ‘화장실’이다.
“여성 화장실은 어디까지 생물학적 여성 전용이어야 하는가?”, “트렌드였던 젠더 뉴트럴(성중립) 화장실은 계속 쓸 수 있는가?”, “100년 된 극장에서 화장실을 새로 짓는 게 말이 되나?” 이제 이 질문들은 단순한 시설 관리가 아니라, 까딱하면 고소장으로 이어지는 ‘법률 전쟁’이 됐다.
최근 영국 극장협회가 회원 극장들에 화장실 및 탈의실 가이드라인을 긴급 배포했다. 배경에는 영국 대법원의 ‘For Women Scotland’ 판결이 있다. 대법원은 평등법상 ‘성(sex)’을 생물학적 성별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도, 성전환자 보호 원칙도 유지했다. 극장주들로선 생물학적 여성의 권리와 성소수자의 인권을 한 칸짜리 화장실에서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괴물 같은 고차방정식을 떠안은 셈이다.
재밌는 건 가이드라인의 반전 결론이다. 판결 이후 성중립 화장실이 퇴출당할 줄 알았는데, 실제론 남녀 분리, 성중립, 혼합형 모두 합법이라는 지침이 나왔다. 핵심은 획일적 금지가 아니라 관객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주었냐는 것이다. 1층은 남녀 화장실을 유지하되, 위층엔 성중립 화장실이나 개별 잠금식 화장실을 섞어 배치하는 식이다. 법이 원하는 건 간판의 이름이 아니라 차별 없는 ‘선택 환경’이다.
이 문제는 런던 웨스트엔드 극장들에게 치명적이다.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극장들은 대부분 문화재(Listed Building)로 지정돼 있어 벽 하나 허물거나 배관을 바꾸는 것도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 늘릴 공간도 없거니와 규제 때문에 공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행히 가이드라인은 “법은 불가능한 공사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구조적 한계와 막대한 비용을 참작하겠다고 밝혔다. 완벽한 정답 대신, 현실 안에서 차별을 줄이려는 합리적 노력만 입증하면 된다는 뜻이다.
배우들이 쓰는 백스테이지 탈의실은 더 점입가경이다. 안 그래도 좁아 터진 분장실을 수십 명이 쪼개 쓰는 판에 남·여·성중립 탈의실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건 불가능하다. 가이드라인은 굳이 세 종류를 다 만들 필요 없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존엄성을 존중하는 선에서 유연하게 운영하라고 정리했다.
결국 지침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정답은 없으니, 극장이 처한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논리적 근거”를 대라”는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설계된 구식 건물 안에서, 2026년의 첨예한 젠더 가치를 지닌 관객을 맞이해야 하는 웨스트엔드. “모두가 환영받는 극장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거대한 질문의 답은 화려한 무대 위가 아니라, 어쩌면 인터벌 시간 길게 줄을 선 화장실 문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결정되고 있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김준영 프로듀서    기사 더보기
 플러스 광고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취임 축하합니다 2026.06.26
13일 (토) 뉴몰든 세인트 제임스 교회에서 열린 제37대 재영한인총연합회 회장 취임식에서 임선화 신임 회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스마트폰 도난·금융 피해 '주의' 2026.06.26
주영대사관, 길거리 스마트폰 노출 자제 및 기기 내 보안 설정 강화 당부
월드컵 저주에 걸린 웨스트엔드 2026.06.26
세계 최고 수준의 뮤지컬과 연극이 불을 밝히는 런던 웨스트엔드가 2026년 여름, 사상 최악의 라이벌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신작도, 치솟..
알고리즘의 풍요 속에서 잃어버린 ‘영혼의 안식’을 찾아서 ③ 2026.06.26
디지털 광야에 갇힌 영혼들 셰필드의 겨울 안개는 마치 길을 잃은 유령처럼 서재 창밖을 배회한다. 책상 위에 놓인 한 통계 보고서를 응시하며 나는 깊은 탄식을 내뱉..
영국 10년 거주 영주권폐지 임박과 팬데믹 장기해외체류 대처방법 2026.06.26
과거 영국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주재원 가족 등 다양한 비자 카테고리를 거치며 영국에 장기 체류한 이들에게 가장 유용하고 확실한 영주권 취득 경로는 단연..
핫이슈 !!!
영국 재향군인회 송년 행사 개최    2021.11.23   
주영국대사에 김흥종 전 KIEP 원장    2026.05.01   
세계한식페스티벌 성황리 개최    2024.08.08   
비대위, 임시총회 8월 10일 개최    2024.07.25   
파운드화 10년래 최고    2024.07.25   
임혜정 의원, 킹스턴 부시장 선..
영국 취업과 창업의 문을 열다
워크비자 영주권과 해외체류일수
영국 한인 정계 진출 ‘새 역사..
한인회 선관위, 임선화 회장 당..
영국 공항 E-gate 이용 연..
킹스턴의 새로운 얼굴, 임혜정..
영국 에너지 요금 13% 인상
김주희 씨, 재영한인회 신임 회..
배우들이 인사(커튼콜)할 때 촬..
포토뉴스
 프리미엄 광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생활광고신청  |  정기구독신청  |  서비스/제휴문의  |  업체등록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M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