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 이어 영국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H5N1형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는 등 유럽에서 AI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3일 잉글랜드 동부 서퍽의 로우스토프트에 있는 한 칠면조 농장에서 사육하는 15만9천마리의 칠면조 가운데 2천500여마리가 죽었으며, 잉글랜드 웨이브리지에 있는 EU 실험실에서 조사한 결과 고병원성의 H5N1 바이러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국의 가금류에서 H5N1형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스코틀랜드의 야생 백조에서 첫 H5N1 감염사례가 발견됐었다.
지난달 헝가리에서도 남동부 거위 농장에서 H5N1 바이러스가 발견돼 9천400마리를 모두 살처분했으며, 크로아티아 등 인근 국가들이 헝가리산 가금류 수입을 금지했었다.
EU 회원국 내에서 H5N1 바이러스가 출현한 것은 지난해 8월 독일 드레스덴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영국 환경부는 성명에서 이번에 발견된 AI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최근 헝가리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것으로, 아시아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H5N1 형과 같은 종류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AI 바이러스가 칠면조 22개 우리 중 한 곳에서만 발견됐지만 방역을 위해 15만9천마리의 칠면조를 모두 살처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H5N1 바이러스는 2003년이래 전세계에서 164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것으로 판명됐으며, 인간 사이 전염이 가능한 변종이 나타날 경우 수백만명의 목숨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하루 동안 2차례 비상대책위원회(COBRA)를 열고 AI 발생에 따른 후속 조치들을 집중 논의했다.
EU 집행위도 성명에서 오는 6일 27개 회원국 수의학 및 식품 전문가 대책회의를 열고 영국의 발병 및 대처 사례를 점검하고 AI 추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방역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미니크 부세로 프랑스 농업장관도 식품안전국에 자국의 AI 발생 위험도를 점검할 것을 긴급 지시하는 등 AI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