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개구리 비유는 집권자가 겸허하게 반성해 볼 기회
영국과 영연방국 그리고 미국 등 영어권의 국가에서는 프랑스 사람들을 ‘개구리를 먹는다’하여 경멸하는 뜻으로 ‘개구리(Frog)’라 흔히 부른다. (출처 근거 : 필자 실생활 체험과 영국콘사이스 옥스포드 현대영어사전 및 미국 The American Heritage? 영어사전 )
비단 이러한 개구리 호칭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간에는 최근의 이라크전의 어긋장과 더불어 프랑스에서는 영국인을 ‘콘돔’이라 부르고 영국에서는 콘돔을 ‘프렌치 레더’(가죽)라 비칭하기도 하며 매독병을 ‘프랑스병’이라 명명하는 등 서로가 역사적으로도 적어도 수백년간 앙숙이 되어 끝없는 비방전을 해왔다. 하지만 분명히 동양에서나 서양에서 인간에게 유익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개구리를 폄훼하는 공론들은 공평하지 않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
얼마전 까지만해도 우리나라의 논두렁 풀숲 등에는 개구리가 많았다. 그런 개구리들을 아이들이 흔히 잡아다가 다리를 구워먹었다. 이런 고단백 식품을 많이 먹고 자란 아이들은 장성해서 건강하며 일기당천의 변강쇠같은 레이디 킬러가 된다. 영양실조, 폐결핵, 전신쇠약, 식은 땀 흘리는 어린이, 기침이 오래가는 어린이는 개구리 7∼10마리와 대추, 생강을 함께 넣고 푹 달여 베수건에 나무 젓가락으로 쥐어짜서 국물을 먹이되 비위가 나빠 잘 안먹으면 단 생강과자를 입가심으로 주면 훨씬 먹기가 편해진다.
프랑스에는 유명한 삶은 개구리 요리가 있다. 이 요리는 손님이 앉아있는 식탁 위에 촛불과 구리냄비를 가져다 놓고 손님들이 직접 보는 앞에서 개구리를 산채로 냄비에 넣고 조리한다. 이때 물이 너무 뜨거우면 개구리가 훌쩍 튀어나오기 때문에 처음 냄비 속에는 개구리가 가장 좋아하는 적정 온도의 물을 부어 둔다. 그러면 개구리는 아주 기분 좋은 듯이 물속에 가만히 엎드려 있다. 그러면 이때부터 촛불같은 약한 불로 물을 데우기 시작한다. 아주 느린 속도로 천천히 가열하기 때문에 개구리는 자기가 삶아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기분 좋게 잠을 자면서 죽어가게 된다. 이 요리방식은 흔히 정권의 국민다루기를 다루는 정치학 등의 저술에서 인용되곤 하는 경구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더 유명한 ‘개구리의 쭉 뻗은 뒷다리요리’는 본격적인 프랑스 식도락의 또다른 백미라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식용으로나 화제에 오르곤 하는 이 징그러운 ‘개구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닮았다는 시중 화제꺼리가 기자들에게 공개된 원내 제1당의 당직자회의에서 공식거론돼 최근 국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시중에 떠도는 ‘노무현 대통령과 개구리의 공통점 5가지’는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한다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우물 안에서만 산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생긴 게 똑같다 등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보도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고 민주당도 대통령을 비하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개구리 발언’에 대해 아직까지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 “그러나 야당의 고위 당직자들이 공개회의석상에서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꼬집었다.(동아닷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은 결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하늘에 침뱉기가 되고 외국으로부터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따라서 그 ‘모독’에 대한 언론기관의 태도는 내용의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한 바른 해석과 더불어 신중한 사려와 검토가 요망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민주당의 역공 반박과 일부 네티즌의 한나라당에 대한 페러디 표현은 경청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중의 설’ ‘민중의 소리’는 마치 고대로부터 위정자에게 내리는 하늘로부터의 엄중한 옐로우카드로 간주되고 특히 국가의 유사시엔 시중에 출처 모르게 홀연히 퍼져 그 해학과 비유의 적중도로 민중을 감탄케 하며 신랄한 정권 비판의 ‘민요’ 및 ‘대자보’ 등의 역할로 이를 가볍게 다루면 마침내 ‘내일이면 늦으리’의 레드카드가 되고만 역사의 교훈을 우리모두 외경되게 받아들여 집권자가 겸허하게 반성해 볼 기회를 삼아도 나쁘지 않겠다.
음미 해보면 할수록 ‘청개구리’, ‘보호색’, ‘어디로 튈지’, ‘올챙이 적 시절’, ‘우물안’, ‘징그러운 모습’ 등등의 개구리와 연상되는 어구들은 비록 대통령과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4천7백만 모든 국민에게 만에 하나라도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는 좋은 경구가 되어 헌법 이상의 하늘의 가르침으로 국민 경전화 했으면 하는 느낌은 오직 필자 혼자만의 것일까.
영어권 국가에서 투표 등으로 지지하여 막상 당선후 투표자가 아차 낭패 당하기 쉬운 사람중 하나를 보편적으로 표현하는 ‘예상 불가능’한 아무개라는 말은 바로 귀중한 나의 삶이 누구도 예측 못하는 위정자의 ‘개구리의 튈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는 우려 그 자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한나라당의 김병호 의원은 22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 말미에 “시중 얘기 중에 개구리와 공통점 다섯 가지에 대한 얘기가 있다”고 운을 띄운 뒤 “올챙이 적… ”, “시도 때도 …” 등을 꼽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 자리에 있던 박주천 사무총장이 “가끔 슬피 운다” 등 나머지 세 가지를 소개하며 김위원장의 발언에 끼어들었다. 이에 당황한 홍사덕 총무가 급히 손을 흔들며 “그런 얘기는 간담회 때 하자”고 박사무총장의 말을 제지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큰 소리로 웃었다.<오마이닷컴> 사진 왼쪽부터 김병호 의원, 노무현 대통령, 박주천 사무총장. 아래 그림은 주요당직자 회의 모습을 희화한 <한겨레 8월23일자> 만평.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 디지털사상계 편집위원(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