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자생 테러’로 전술 바꿨나 … 4번째 범인은 자메이카계 영 국적자
7·7 런던 테러는 종전의 대규모 테러와 달리,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이슬람계 영국인들이 실행한, ‘자생적 자폭 테러’였다. 테러범을 모아 범행을 사주한 뒤 사건 전날 출국한 주모자도 영국 출생의 30대 파키스탄계라고 영국 경찰이 13일 발표했다.
◆평범한 이웃이 테러범으로 돌변= 테러범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평범한 영국 시민’이었다. 모하메드 시디크 칸(30)은 빈민층 이민 자녀와 장애아를 돕는 초등학교 보조교사였다. 세흐자드 탄위어(22)는 벤츠를 모는 성공한 이민가정의 아들이었다. 이슬람계이긴 해도 영국시민으로 평범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알 카에다 등 외국 테러조직에 포섭돼 짧은 시간에 테러범으로 돌변한 것이, 9·11테러나 마드리드 테러와 다른 특징이다.
이번에는 테러 주모자도, 실행한 인물들도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영국계 이슬람인들이란 점 때문에, 테러전술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알 카에다가 조직원을 테러대상국에 직접 보내 공격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테러 대상국 안에서 단기간에 동조자를 포섭, 테러훈련을 시킨 뒤 자폭테러를 사주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존 스티븐슨 전 영국 경찰청장은 “영국 출신이거나 영국에 근거를 둔 사람 중 최고 3000명이 지난 몇년간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훈련 캠프를 거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테러 대응방식도 달라져야= 자생적 테러는 테러 목표국 안에서 태어나 자란 자국적 인물이 저지르기 때문에 공항이나 항만을 원천봉쇄해도 막을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력이 없고 자국적이어서 테러범인지 여부를 사전에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번 런던 테러범 중 하시브 후세인과 세흐자드 탄위어는 지난 1~2년 사이 부모의 고국인 파키스탄에 다녀왔다. 영국 보안당국은 이들이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의 테러 훈련소에서 훈련받았을 가능성을 뒤늦게 제기했다.
◆또 한 명의 범인은 자메이카계?= 영국 경찰의 수사는 범인 4명을 사주하고 폭탄을 제조한 배후를 찾는 데 맞춰져 있다. 이와 관련, <더 타임스>는 익명의 경찰 소식통을 인용, 경찰이 최근 리즈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쳤던 아시 알 마샤르라는 이집트계 학자를 쫓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경찰이 수색한 리즈의 여러 주택 가운데 한 곳이 알 마샤르가 세들어 살았던 곳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알 마샤르는 최근 영국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스카이뉴스>와 는 폭발 현장에서 숨진 네 명의 테러범 가운데 세 명은 파키스탄계 영국인이지만 나머지 한 명은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영국 국적자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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