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가 해외방문에 나서면 방문국 주재원이나 비서진이나 모두 비상이 걸립니다. 지난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9월 중순부터 40여일간 미국·영국·두바이·일본 등을 들렀습니다. 두바이에는 10월 5일부터 9일까지 머물렀습니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과 함께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이라는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에 묵으며 세계 최고층인 버즈 두바이 공사현장은 물론, 실내스키장을 갖추고 있는 에미리트몰(Mall of Emirate)과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이 열렸던 에미리트 골프클럽 등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삼성측은 이 회장이 방문하는 곳에 걸려 있던 LG전자 등 다른 회사 브랜드의 TV를 모두 삼성 제품으로 바꾸는 ‘작전’을 벌였습니다. 물론 경쟁사인 LG전자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추진됐습니다.
삼성측은 버즈 알 아랍 호텔의 방 10개를 예약한 다음, 객실에 설치돼 있던 LG전자의 32인치 LCD(액정소자) TV와 일부 타사 브랜드 TV를 모두 삼성 TV로 교체해 줄 것을 호텔측에 요청했습니다. 사실 버즈 알 아랍 호텔에는 이미 LG의 TV가 대거 납품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텔측이 “그렇게는 곤란하다”면서 거절하자, 협의 끝에 이 회장이 묵는 객실에만 삼성 63인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를 들여놓았다고 합니다. 비삼성 브랜드의 TV는 이건희 회장이 묵는 동안 ‘철거’됐다가 이 회장이 떠난 뒤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 회장이 묵었던 객실 숙박료는 1박당 8500AED (디르함·약 223만원) 정도로 전해졌습니다.
에미리트 골프클럽에서는 삼성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갔습니다. 원래 클럽에 걸려 있던 12대의 LG PDP TV가 모두 삼성 PDP TV로 교체됐기 때문입니다. 삼성측은 무상교체를 조건으로 기존의 LG TV를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 관계자는 “그때가 LG측과 클럽측이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어서 교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 클럽에서 골프를 치지는 않았지만, 삼성 브랜드를 볼 수는 있었겠지요.
어쨌든 두바이에서도 삼성과 LG의 ‘위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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