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0만명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지하철을 타면 어느 칸에서나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 농촌에서는 외국인 새댁이 호미를 들고 밭을 매고 있다. 우리가 애써 눈을 돌리지 않은 사이 이들은 이렇게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와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23일 현재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93만8863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내부적으로는 인구 대비 외국인 체류자가 2010년 2.8%, 2020년 5%, 2030년 6%, 2040년 7.4%, 2050년 9.2%로 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민사회로 분류하는 외국인 10% 시대가 그리 머지않은 셈이다.
최근 대법원이 발표한 자료도 외국인과 결혼하는 비율이 90년 1.2%에서 2006년 11.6%로 10배가량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우리 인식은 어느 정도 바뀌었을까.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지난 16일부터 3일간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76명을 상대로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우선 성장 배경이 각기 다른 5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누가 가장 한국인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피부색이 다른 결혼이주자 자녀 55.6% ▲한국에 취업한 조선족 18.0%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한 외국인 15.9% ▲해외 입양된 한국인 7.5% ▲한국어를 못하는 재외동포 2세 3.0% 순으로 꼽았다.
한국인으로 판단하는 기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은 ▲당사자의 인식 94.3% ▲국적 보유 여부 89.4% ▲혈통 83.1% ▲한국어 구사 여부 74.3% ▲태생지 74.3% 순으로 높았다.
또 ‘당신 자녀의 학교에서 결혼이주자 자녀가 반장이 되어도 괜찮으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2.2%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베트남인 또는 필리핀인과 어느 정도 사회적 관계를 허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가까운 이웃(39.6%) ▲절친한 친구(36.2%) ▲직장 동료(14.0%) ▲배우자(7.2%) ▲자녀의 배우자(3.0%) 순이었다. 아직 외국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다인종·다국적 사회로 바뀐 상황에서 더 이상 국적이나 부모의 출생지만으로 한국인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건 무의미하고 말한다. 이제 이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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