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점수 따는 실력에서만 보자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영어구사 능력은 꼴찌 수준이다.”
국제 영어능력 인증시험인 IELTS 시행주관사 영국문화원은 2일 작년 한 해 시험을 치른 세계 각국 응시생 중 그 수가 많은 20개국을 선정해 국가별 점수를 매긴 결과, 한국이 꼴찌 수준이라고 밝혔다.
영국문화원에 따르면 한국은 아카데믹 유형(유학 준비를 위한 응시자 대상)에서 14위, 일반 유형(이민과 취업 목적 응시자 대상)은 꼴찌나 다름없는 19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IELTS가 원어민과의 일대일 인터뷰, 미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측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영어공부는 열심히 하지만 영어구사 능력은 형편없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어 사교육비만 연간 14조원을 쓰는 한국 영어의 현주소”라며 “교육방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사람들은 14조원이라는 투자에 비해 영어실력이 뒤떨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한국인이 지나치게 어렵게 영어에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 시험에나 나올 법한 어려운 단어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 신사동 U어학원 강사 조쉬 리(34) 씨는 “‘심장이 아파요’라고 말해도 될 것을 한국 학생들은 ‘심장관상경맥증이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다”며 “그렇게 쓰는 것이 고급영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영어권 사람은 그런 어려운 단어를 쓰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 영어권 국가에서 실제로 영어를 쓰는 사람이 평생 쓰는 단어가 1300~1500개에 불과한 데 반해 한국 수험생은 2만 단어 수준의 단어집을 외우고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단어에 대한 집착이 결국 문장구성력과 의사소통력을 떨어뜨리고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는 “목적에 맞게 필요한 단어를 선별해 외우고 이것으로 문장을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한국 학생들이 영어를 ‘귀와 입’이 아닌 ‘눈’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험지를 보고 푸는 데 익숙해 말을 하고 듣는 데 소홀한 결과라는 것이다.
리 강사는 “한국 학생은 단어장과 책에서 보고 있는 영어가 어떻게 소리나는지 알지 못한다”며 “이는 결국 영어회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외국인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U어학원 교수부장 김현호(36) 씨는 문법에 치중하는 세태와 조기교육 열풍을 비판했다. 김씨는 “한국인은 문법에 얽매여 실제 영어는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이 문법 위주로만 나오다 보니 나온 현상”이라며 “문법보다는 실용적인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 영어와 자연스레 친해지도록 만들어야 영어 만년 꼴찌 국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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