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관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린 적이 있었던가. 80여명이 좁은 사무실과 복도까지 차지해 발디딜 틈이 없었다. 세 후보의 각 지지자들, 가족들과 한인회·선관위 관계자 등이 투표 마감시간 한 시간 전인 4시 전후부터 삼삼오오 몰려 들어 이번 선거에 쏠린 관심과 열기를 대변했다.
현장투표 개표 =오후 5시 투표 마감 후 곧바로 개표에 들어갔다.
현장 투표함을 먼저 열었다. 어수선했던 한인회 사무실은 이때부터 긴장감과 적막감이 감돌았다. 아니 ‘소리없는 함성’이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투표지에 기명된 후보의 이름이 불릴때만이 침묵을 깰 뿐이다.
개표 초반 박영근 후보가 근소하게나마 앞서 나갔다. 중반까지도 박후보가 차이를 더 벌이며 20표, 30표, 40표 고지를 가장 먼저 돌파했다. 현장 투표 마지막 부분에 조태현 후보 표가 상당히 몰려 나왔다.
현장 투표 111표를 모두 까본 결과 박영근 42, 조태현 41, 김지호 26, 무효 2표였다.
박후보 이의제기 =부재자 투표 봉투를 열어 볼 차례였다. 문제가 발생했다. 박 후보측은 긴급 ‘진행 발언’을 통해 부재자 투표에 ‘부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세 후보와 선관위는 투표 전날인 23일 모임을 갖고 박 후보측이 주장한 4개의 부재자 투표 봉투는 무효 처리하기로 결정했다”는 선관위 공식 발표도 있었다.
개표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선관위 회의= 6시경 선관위위원 김정웅, 김정화, 채우병, 최만영, 이만호 5인과 박영근, 조태현 후보 7인이 별실에서 회의를 가졌다. 30분 정도 머리를 맞대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개표장으로 나왔다.
개표장은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휴대폰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6시30분부터 7시까지 선관위원·후보·지지자와 참석자들이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고 조율을 시도했으나 평행선을 달리는 열차처럼 의견 접근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성과 함께 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부재자 투표 개표 =7시10분 선관위원 5명 만 또 회의를 가졌다. 누가 요청했는지 개표장에 정복 경찰관 2명이 출동했다. 7시45분 개표소에 나온 김정웅 선관위원장은 선관위 5인 전원일치로 결정한 사항을 발표했다.
“부재자 투표 우편물 총 24통에서 이미 후보들과 합의한 4통과 오늘(24일) 도착한 1통 총 5통을 무효 처리한다. 나머지 19통은 지금 개봉해 개표를 재개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측은 ‘말도 안된다’ ‘부정선거다’를 외쳤다.
김 위원장은 “개표 결과나 절차에 이의가 있으면 법적 절차를 밟아 대응하라”고 맞받았다.
당선 발표 =7시55분 봉투를 가위로 열면서 개표를 진행했다. 개봉한 19표는 조태현 12, 박영근 4, 김지호 2, 무효 1표였다. 현장투표 결과와 합산한 최종 결과는 조태현 53표, 박영근 46표, 김지호 28표.
곧이어 8시5분 김정웅 위원장은 조태현 후보에게 ‘당선확인서’를 전달했다. ‘후보’에서 ‘당선자’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현장투표 개표가 끝난 후 공정성 문제로 중단됐던 부재자 투표 개표를 위해 투표함을 개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