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지하철 시청역 두재영 유실물센터장이 5일 보관소 안에서 승객들이 두고 내린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
|
회수율 증가 추세… 도시락 분실 많아 알뜰 풍조 실감경기 불황 속에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하철 등 유실물 회수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불황 여파로 사소한 물건도 포기하지 않고 되찾는 ‘알뜰’ 풍조를 반영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2008년 10·11월 두달 동안 접수된 유실물은 565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4925건에 비해 15%(733건)가 늘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2007년 2만7509건에서 지난해 2만9393건으로 7%가량 증가했다. 유실물 회수율은 서울메트로가 70%에서 72%로, 도시철도공사가 78.6%에서 80.6%로 늘었다.
2호선 시청역 두재영 유실물센터장(58)은 “과거엔 귀찮다는 이유로 포기했을 물건들을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찾아가는 승객들이 부쩍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유실물 접수가 늘어난 것은 유실물센터 운영시간이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오전 7시~오후 10시로 연장됐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되찾아가는 물건들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지갑·핸드백 등 고가 상품이 주였다면 최근에는 경기 불황을 반영하듯 도시락과 입던 옷, 낡은 휴대폰들도 발품을 팔아 찾아간다.
특히 최근 급증한 분실 물품 중 두드러진 것은 직장인들의 도시락.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도시락을 안 가지고 다니는 대신 직장인들의 도시락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구로역 유실물센터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하루에 1~2개씩 도시락이 들어온다”면서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는 사람들이 많아진 모양”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는 여전히 유실물센터의 단골 물품이다. 수원역의 서성호 유실물 관리 담당자는 “예전에는 포기했을 것 같은 낡은 전화기도 다들 찾아간다”고 말했다.
6호선 태릉입구역 유실물센터 김정은 선임주임은 “예전과 달리 장갑 한 짝, 목도리, 허리띠 등 소소한 것들도 많이 찾으러 온다”면서 “경제가 어렵다는 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작업복이 든 가방을 애타게 찾는 50대 남성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