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침체로
일자리 창출·경기부양 해법 ‘부각’ 금융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영국에서 ‘제조업 부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위기로 영국 경제 전반이 휘청이자, 제조업으로 자존심을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산업혁명의 종주국이었던 영국의 제조업은 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집권 정부가 신자유주의 깃발을 들고 금융업 위주의 정책을 채택한 이후 쇠락을 면치 못했다.
피터 맨델슨 영국 산업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미래를 위해, 영국은 금융공학 대신 ‘진짜’ 공학에 기반한 경제를 필요로 한다”고 연설했다. 그는 또 “영국이 세계 6위의 제조업 국가라는 견고한 토대를 갖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탈공업화를 시도한 첫번째 선진국으로 꼽혀온 영국이 다시 제조업에 눈을 돌리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9일 “세계 각국에 산업혁명을 촉진시킨 영국이 자국 안에서 ‘더는 아무 것도 만들 수 없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재산업화가 경기를 부양할 핵심 조처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대처 정부 이후로, 영국 제조업 규모는 급격히 위축됐다. 1950년대 영국 부가가치 생산의 40%에 육박했던 제조업 비중은 70년에 33%였다가, 2007년 들어선 13%에 못미쳤다. 역시 80년대까지만 해도 700만명에 이르던 제조업 종사자 수도 지금은 300만명으로 줄었다. 80년대 300만명에 그쳤던 금융산업 종사자 수가 지금은 650만명으로 불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요즘 영국 업계에선 제조업 예찬론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산업연맹(CBI)의 리처드 램버트 사무총장은 “제조업의 부흥은 런던에만 모여 있는 금융산업과 달리, 더 폭넓은 지역과 경제 전반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워릭대의 쿠마르 바타차리야 교수는 “영국 경제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향후 10년간 18~2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제조업 부흥론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있다. ‘제조업은 특별하다’는 논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쪽이다. 옥스퍼드대 너필드칼리지의 스테판 니켈 교수는 “영국이 독일과 같은 경제구조를 갖는 것으로부터 얼마나 혜택을 얻을지 불확실하다”고 비판했다. 카디프 경영대학원의 패트릭 민포드 교수는 “제조업의 부흥은 노동력의 질과 토지, 특수한 기술력 등의 자원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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