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 “수리·언어편중 …
폭넓은 교육 못받아” 영국의 초등학교가 전국단위의 일제고사(SAT·학력평가시험)와 성적별 줄세우기에만 신경을 쏟고 있어, 초등학생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은 ‘초등교육 리뷰’(Primary Review) 연구보고서 초안을 통해, “영국의 초등학교 교과과정이 언어와 수리 등에 지나친 비중을 두고 있어, 어린이들이 폭넓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방송 등이 20일 전했다.
보고서는 초등학생들의 주당 교과과정 절반 이상이 언어와 수리 등 기초교과로 채워진 반면, 역사와 지리, 과학, 음악, 미술 등의 교양 과목은 뒷전으로 밀려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초등학교 교육이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교육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국가 차원의 시급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 40년간을 통틀어 영국 초등학교 교육에 대한 연구로는 가장 큰 규모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가디언>이 전했다. 연구팀은 3년에 걸쳐, 29개의 리서치를 수행했고 영국 전역에서 200차례 이상의 모임을 가졌다.
연구를 이끈 케임브리지대의 로빈 알렉산더 교수는 “정치적 논리가 학교현장의 공정한 평가를 대신해왔다”고 비판했다. 어린이들이 창조적인 발상을 키우기는커녕, 규격화된 목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창의성과 자치, 시민권, 윤리, 신뢰, 상호관계 등을 배울 수 있는 12개의 새로운 교육목표를 수립하고, 교사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국 정부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 아동학교가족부 대변인은 “초등학교 교육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 일선 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최근 영국 어린이들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 수학과 과학 성취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영국 교사노조의 크리스티네 블로워 사무총장은 “케임브리지대 연구자들의 제안을 깊이 신뢰한다”며 “무엇보다 영국 초등학교 교실의 현실이 보고서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