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무전취식·무임승차 급증특별한 직업이 없는 김모(47)씨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지난 14일 서울 인사동의 한 횟집에서 참치회 한 접시와 소주 한 병을 배불리 먹고는 주인에게 다가가 “돈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서에서 “배가 너무 고팠다”고 진술했다.
이날 밤에는 택시를 탄 후 서울 종암동 집 앞에 도착해 택시비 2만원을 내지 않고 도망친 최모(45)씨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30일까지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로 처벌받은 사례는 1133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42건)과 비교해 20% 이상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추세라면 지난해 1년간 사례인 3183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원 곽모(47)씨는 지난 7일 서울 당주동의 한 술집에서 48만원어치를 먹은 뒤 도망치려다 주인에게 붙잡혔다. 그는 신용카드가 정지된 상태에서 식사를 하고 “돈이 없다”며 막무가내로 버티다 경찰에 넘겨졌다.
식당 주인과 택시기사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신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요즘엔 양복을 입은 멀쑥한 차림의 사람들도 음식을 먹고 난 후 돈이 없다고 하는 적이 많다”며 “쫓아다니며 돈을 받을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택시기사 한정식(50)씨는 “택시를 탄 후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을 보면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못한 사람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야속함도 느낀다”고 토로했다.
송재호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난 뿐아니라 현대인의 인식변화로 가난을 사회구조 탓으로 돌리는 성향이 많아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