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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리고 아웅하는 호칭 인플레이션
코리안위클리  2010/03/10, 03:50:12   
▲경제침체로 임금이 줄어들면서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의 직책을 바꿔 부풀려줌으로서 임금삭감에 대한 보상의 길이 되고 있다.
임금대신 모호한 직책명 만발
때밀이→목욕관리사, 이·미용사→헤어드레서·선생님


직업의 직책은 표기방법에 따라 상대방 및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강남의 접객업소에서 밤의 아가씨들은 룸싸롱 이름을 한자 또는 영어로 바꿔 ‘주식회사 XX의 이사 혹은 부장’이라는 직함이 찍힌 명함을 주고 손님은 비서에게 정식 명함철에 끼워 정리 보관시키기도 한다. ‘마누라’를 속이려는 애교섞인 교란책의 일종이다.
런던의 밤의 아가씨도 손님들에게 주는 명함에는 흔히 ‘sex relations 컨설턴트’라고 표기한다. 이 경우도 구체적으로 ‘sex 행위’라는 노골적인 단어가 아니고 ‘human relation consultant’정도의 직함을 달면 아무리 똑똑한 부인이라도 ‘무력화’될 만큼 안전하고 당사자는 합법적이다.
한국에서 ‘팀장’이라는 직급을 정확하게 알기란 무척 어렵다. 과장급인지 차장급인지 아니면 부장급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목욕관리사’라면 목욕탕 카운터를 관리하는 직책인지 혼동돼 잘 모르지만 같은 직종이라도 ‘세신사’(洗身士)라면 목욕탕에서 몸을 씻는 직종의 사람을 일컫는 말이란 것을 눈치 빠른 사람은 금새 알 수 있다.
수십년 된 역사를 가진 ‘운전 기사’의 경우에도 경무대의 대통령전용차는 당시 현직 경감이 몰았고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의 운전사는 ‘이사’급이란 얘기도 있었다. 호칭보다는 실세와 비실세의 끗발에서 엄청난 차이겠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 ‘기사’가 통용어가 됐다.
이·미용업 종사자만 해도 과거엔 이발사·미용사로 불렀지만 지금은 흔히 ‘헤어드레서’나 ‘선생님’로 불린다. 세상의 변화가 놀랍다.
수년전 시작된 ‘예비’ 판사의 호칭은 ‘판사’로 달라졌고 종래의 주사보나 서기 같은 관청의 호칭은 어엿한 ‘주무관’, ‘실무관’으로 불린다.
특별히 돈 안들어도 가능한 이런 예우가 영국에서는 경제침체후 직책명 인플레이션으로 대유행이라는 BBC의 보도다.
문제는 때로는 임금을 삭감하고 직급을 강등시키면서 대외적 체면을 위해 공·사직을 막론하고 영국인이 보기에도 상당히 난해한 ‘영어’의 직책명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 ‘교란’이 주목적인 셈이다.
경제침체로 임금이 줄어들면서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의 직책을 바꿔 부풀려줌으로써 임금삭감에 대한 보상의 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느냐 대신 직책명이 무엇인지를 내세워 상대방이 내용을 알기 어렵게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지방정부는 ‘장애어린이 관련 업무를 다루는 사회사업직’을 ‘개인중심의 전환 도우미’(person-centred transition facilitator)라는 직책으로 모집 광고를 내거나 ‘선반에 서류 쌓기 및 집 지키는 직책’을 ‘환경 보충 관리인 및 서비스 지역장’등으로 부르고 있다.

관청 ‘xx관’, 큰 회사 ‘팀장’ 등 모호한 직책명
근로자 예우 ‘애교’ 지나쳐 악의 있으면 곤란


심지어 신문의 직업광고에는 무엇을 뜻하는지 조차 이해못할 직책도 무척 많다.
경제침체기에 임금 대신 만족을 부여받는 직책이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직책은 표현이 단순하고 명확해야 하며 모호한 경우에는 공공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회의 해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제 식육업자, 제빵업자, 양초 제조업 등 전통적인 직업분류가 사라지고 있음을 감안해 전문화와 다종화에 따른 직책 표현도 허용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악의는 없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비서’라고 부르는 직책을 ‘파트너십 관계 매니저’라고 부르는 것은 호칭 인플레이션이 아닐까.
과거 20년간 공공부문에서는 ‘관’(官·officer)이란 직책이 유행했다. 이러한 호칭이 상대방에게 정확한 권한과 직책을 모호하게 할 염려는 없을까. 마치 한국의 ‘팀장’, ‘XX관’도 같은 경우가 될 수 있다.
특히 부사장, 휴먼 리소스 매니저 등의 직책도 권한의 한계가 매우 불분명하여 거래 상대방에게 취급업무에 권한이 있나 없나의 상식적 판단에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직책이 근로자에게 자부심을 준다는 견해는 뉴카슬 메트로의 ‘검표원’(ticket inspector)에게 ‘운임수입 보호관’(revenue protection officers)이란 자긍심을 주는 호칭으로 성과를 올릴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근로자가 회사 식당에서 일하도록 강등된 경우 ‘토스트’의 ‘창의적’인 품질향상에 기여한다고 긍지를 가지게 될까. 이처럼 직책명은 경우마다 다 다른 판단이 필요할 듯하다.
상대방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직책명으로는 ‘지역 매니저 보조자’(assistant to the regional manager)가 이 직책과는 엄연히 책임과 권한이 다른 ‘지역 차장’(assistant regional manager)으로 행세한다면 거래상 혼란은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또 ‘접근 및 부유하게 만들기 장(長)’(head of access and enrichment)이라는 직책이라면 도대체 상대방은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한국의 경우 언론사의 ‘기자’(reporter)면 됐지 ‘대기자’는 꼭 필요한 표현일까. 방송국·신문사의 ‘XX심의위원’등 요란한 타이틀도 이들 사이에서 데스크가 아닌 이상 나이만 더 들었다는 것이지 하는 일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BBC 기사에 댓글을 올린 노팅험에 사는 32세의 피터는 자신의 초기 직책에 ‘상급’(senior)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것은 자신의 머릿칼에 새치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할 뿐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현재 직책이 ‘관리 공동 협조자’(Administration Co-Ordinator)라는 독자는 종전에는 ‘상급 관리자’(Senior Administrator)라고 불렸으나 임금이 떨어진 것만 다를 뿐 하는 일은 변함없다고 푸념한다.
이외에도 식당 부엌 도우미의 다른 이름 ‘런치타임 수퍼바이저’처럼 우스꽝스럽고 어렵기만 하며 모호한 직책 표현이 사실은 단순한 도우미역이라는 댓글이 수십 개 이상 올라 있다.
근로자를 별도의 임금 인상이나 삭감없이 예우해주려는 직책 호칭 표기의 배려는 가상하다. 그러나 애교(?)가 지나쳐 모호함속에서 상대방을 혼동시키려는 악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용납하기 어렵다.
특히 공무원 등 공적 요소의 직책, 직급, 책임내역이 상대방 등 사회대중에게 확실하고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사회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재영한국인 사회에서 영국관청에서 법령에 따라 사용하는 공식 ‘자격’ 내지는 호칭을 한국어로 번역 사용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선의의 의역일 뿐이라 주장해도 법적 영어단어에 대한 한국어 표기가 정통 영한사전에 기록되어 있는 한 한국어 번역 변경과 사용은 사전의 변경편찬과정 등 컨센서스(consensus)후 그것을 법적으로도 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대중을 향한 자격이나 직함·호칭을 영어 법령 그 자체와 달리 두루뭉실하게 번역해 계속 사용한다면 사회 공익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다함께 논의해 볼 문제가 아닐까.

김남교/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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