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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김정후 건축가 글짜크기  | 
유럽 최고의 건축을 만나다 28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 트루먼 브루어리
코리안위클리  2010/04/21, 06:17:17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은 문닫은 제철소의 ‘고철덩어리’ 산업시설을 문화시설로 재활용해 진정한 의미의 환경보호를 실현했다.
철강산업단지가 시민의 품으로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독일의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은 20세기 후반 도시재생의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곳은 라인 강 지류인 엠셔 강에 자리잡은 루르 공업단지의 일부였고, 유럽 최대 철강회사 중 하나인 티센 제철소가 있었다. 철강산업의 쇠락으로 1985년에 제철소가 문을 닫았고, 이는 곧 뒤스부르크 전체의 쇠퇴로 이어졌다.
디자이너 피터 라츠는 티센 제철소의 산업시설을 최대한 활용하여 공원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라츠는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는 산업시대의 버려진 유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이는 비단 뒤스부르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여러 도시들이 비슷한 여건에 놓인 대규모 부지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이 방치되어 있다. 이와 같은 장소들은 경제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야기하는 주범으로까지 등장했다.
라츠의 제안은 재생에서 ‘장소’와 ‘환경’의 문제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아무리 그럴듯한 공원 혹은 새로운 시설을 건립하더라도 기존에 뒤스부르크가 지닌 산업도시로서의 정체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라츠는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기존 시설에 각각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 굴뚝은 전망대, 용광로는 스킨스쿠버장, 창고는 실험실과 전시장으로. 또한 넓은 부지를 활용하여 산책길, 등반코스, 캠핑장, 공연장, 클럽, 레스토랑 등을 곳곳에 마련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산업시대의 필연적 폐해이며, 주변 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진 시설이 새로운 개념의 ‘유산’으로 탈바꿈했다. 더불어서 고철 덩어리가 문화시설의 일부로 재활용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환경보호를 실현했다.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은 초기부터 생태공원을 지향했지만, 아름다운 시설 속에서 눈부신 자연을 만끽하는 통상적인 생태공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유럽의 공원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과 즐거움을 전한다. 앞선 시대의 흔적까지 공원의 일부로 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관람하는 차원이 아니라 방문객이 참여하고, 즐기는 공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조장에서 현대 예술의 메카로 트루먼 브루어리

▲트루먼 브루어리는 새로운 디자인이나 시설을 추가없이 있는 그대로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짧은 역사임에도 세계적인 작가들이 배출되고 있다.
▲트루먼 브루어리는 새로운 디자인이나 시설을 추가없이 있는 그대로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짧은 역사임에도 세계적인 작가들이 배출되고 있다.
 
런던 동쪽의 브릭 레인에는 17세기 중반에 트루먼 브루어리(양조장)가 들어섰고, 18세기에 이르러서는 천여 명의 종업원이 일할 정도로 대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년 넘게 지속되어온 트루먼 브루어리의 영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쇠퇴했고 1988년에 문을 닫았다.
방치된 트루먼 브루어리에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겼다. 가난하고 자유분방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버려진 공장 시설을 저렴하게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었기에 넉넉하지 않은 예술가들에게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하나 둘씩 모여든 예술가들은 자연스럽게 교류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서 전시와 공연 활동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버려진 산업용 건물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다. 그런데 트루먼 브루어리의 경우 기존의 방식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트루먼 브루어리는 새로운 디자인이나 시설을 추가하지 않은 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공간을 개조하여 사용한다. 물론 이는 기존의 건물이 큰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조장 건물이지만 벽돌로 지어진 트루먼 브루어리는 조지안 및 빅토리안 스타일 등의 건축적 특징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양조장의 특성상 내부 공간은 넓게 개방되어 있다. 결국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있는 그대로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 가능함을 의미한다. 낡고 허름한 경우에 따라서 부서지고 깨진 건물은 이미 그것 자체로 예술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현재 트루먼 브루어리에는 이백 개에 달하는 화가, 음악가, 조각가, 사진가, 건축가, 그래픽 및 의상 디자이너 등 창조관련 작업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통하여 배출된 세계적인 작가들 역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술가의 마을로 변신한 이 일대에는 이와 어울릴법한 톡톡 튀는 가게와 식당들 그리고 노점상들도 덩달아 성황이다. 이제 트루먼 브루어리 주변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예술가 지망생들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정경대학 튜터)
          archtocity@chol.com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발간 예정)

활동 : 현재 디자인과 강의를 하며
         도시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조선일보, SKY-HD와 다큐멘타리를 제작했고
         KBS, SBS의 디자인 프로그램 자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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