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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산책 9 친구와 함께 맥주 한잔을… 뮌헨(3)
코리안위클리  2012/05/09, 06:39:07   
▲ 빅토리엔 시장 한편에서 낮부터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 참 여유로워 보인다.

언제 찾아와도 어색하지 않고 다양하지만 매력있는 도시

여행은 인류 역사에서 기록이 존재하지 않던 먼 옛날부터 인간과 사회가 행해온 행위 중 하나다. 그 여행은 사실상 생존과 번영을 위한 것에서부터 비롯됐고, 그것이 산업혁명 시기를 거치면서 점차적으로 유희를 위한 형태로 변화해왔다. 이후 세계 전쟁의 시기를 거쳐 수많은 사회학자들과 철학자들이 언급한 대로 인식의 변화를 통해 여행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그것을 산업화한 것이 관광산업이고, 이후 몇몇 사회학자들부터 여행과 관광은 점차 다른 양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에 의해 정의된 방랑자(Flaneur)라는 존재들은 산업혁명시기부터 근대화의 한 아이콘으로 각 도시에서 발견되는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까. 여행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와 몽상들은 조금씩 구축되기 시작했고, 그들의 뭔가 시크하고 진보한듯한 모습과 행위들은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여행과 각 도시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이들 방랑자들은 도시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시의 아이콘이 되어준 셈이다.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과는 무관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관광과는 다른 양상을 띄게 되는 법이다.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이 맞고, 어떤 정의와 어떤 규칙, 규정, 그리고 옳고 그름을 말할수 없는 진정한 포스트모더니틱한 경험의 결정체가 바로 여행이다. 이전의 여행이라 함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여건에서 어떤 삶을 개척하기 위한 유목민들과 같은 생존을 위한 발걸음이었기에 지극히 공식적이고 하나의 규격화된 움직임이었다면, 이것이 유희화되면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즐기라 말하는 것이 점차적으로 의미가 없는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여행을 하는 태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콘이 된 방랑자들조차도 이제는 어떻게 도시를 방랑해야 되는지 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렸으니까.

▲뮌헨의 명물 흰소세지. 이걸 먹으면 내가 정말 뮌헨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뮌헨의 명물 흰소세지. 이걸 먹으면 내가 정말 뮌헨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뮌헨이라는 도시는 그런 면에서 참 유유자적하기 좋은 도시인 것은 분명하다. 무엇을 반드시 봐야 하고 무엇을 해야 된다는 공식이 없다. 무엇을 느껴라, 무엇을 알아라, 무엇을 해라, 여행자들에게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인가. 백날노력해도 내가 독일사람이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거기서 현지인들과 같은 무언가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대체 내가 학생신분으로 뮌헨을 찾은 것도 아닌데, 무얼 배워야 되고, 무얼 알아야 되는가. 그럴 필요도 없다. 그저, 뭔가 다른 일상속을 걷는 것 만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공식이 강요되지 않는 면에서 뮌헨이라는 도시는 참으로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방랑자들의 시작점이 프랑스 파리였다면, 이제는 독일 뮌헨이 현 시대의 방랑자들의 발걸음을 잡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유유자적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도시의 구조적 특성을 갖추어야 한다. 첫번째로 내가 어느 곳을 걷는다는 것이 어색함이 없는 도시일 것. 그만큼 방문객도 많고 국제성도 뛰어난 도시일수록 그 매력은 더하다. 내가 걷는다는 것이 남들에게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 익명성이 보장될수록 여행자는 훨씬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두번째로 다양한 경험점이 존재할 것. 특히 여행자 본인의 일상성과 동시에 현지 특유의 구별된 문화에서 비롯된 특별성이 적절히 조화돼 있어야 한다. 각각의 비어홀과 쇼핑거리, 슈바빙의 대학가는 이런 매력을 완벽하게 잘 갖추고 있다. 그래서 뮌헨에서 호프브로이만 가서는 뮌헨의 매력을 결코 완전히 알 수 없다고 한 것은 그 때문이다. 각각의 비어홀이 각자의 맥주에 맞는 사연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또 거기에 맞춰 다양하면서도 유사한 매력도 갖추고 있다. 가만히 보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비어홀도 있지만, 현지인의 일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도 많다. 혼자 신문을 읽으면서 맥주 한잔으로 시간을 죽이는 사람, 친구들과 몰려앉아서 유쾌하게 껄껄 웃어가면서 저녁시간의 수다를 즐기는 사람, 여행자로 찾아와서 이리저리 눈치보며 사진찍으며 이 공간안에 따로 또 같이인 이 상태를 즐기는 사람,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연인과 함께 눈을 맞추며 소곤소곤 행복한 표정을 나누는 사람. 우리네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인데, 또 그게 뮌헨이기 때문에 독특한 모습을 띄고 있는 부분을 쉽게 만난다.
그렇기에 뮌헨을 찾으면 언제나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너무나 다른데, 또 너무나 비슷하다. 거리에서 쇼핑하는 사람들도, 비어홀에서 유쾌하게 즐기는 사람들도, 피나코테크에서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뮌헨대학가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책을 읽는 사람들도, 영국정원 한켠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오후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도, 너무나도 우리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이 친구만의 매력적인 새로운 모습을 만끽하게 해준다. 나랑 다르지만, 분명 나를 이해하는 친구처럼. 마침내, 그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준다.
‘이봐, 친구. 그대의 일상도 나와 그닥 다를바 없어. 단지, 자네가 나와 함께 있기에 여기가 더 아름다워 보일 뿐이라네. 사실, 진짜 아름다운 자네의 삶은 자네의 일상에서도 있기 마련이지’

글쓴이 박 서 재
plibrary@daum.net

워릭대학교 Theatre Studies 박사과정
University of Bristol (MA/Mphil)
유럽 17개국, 100여개 도시
이벤트·축제 방문 리서치
다수 공연작품 연출·조연출·스태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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