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토 커뮤니티 구인 전화번호 지난신문보기
전체기사
핫이슈
영국
한인
칼럼
연재
기고
스포츠
연예
한국
국제
날씨
달력/행사
포토뉴스
동영상 뉴스
칼럼니스트
지난신문보기
  뉴스칼럼니스트 글짜크기  | 
유럽 도시 산책 10 예술가이자 학자인 그와 함께 걷다 - 스위스 바젤(1)
코리안위클리  2012/05/25, 21:00:21   
▲ 매년 사순절 시기에 열리는 바젤 카니발은 이곳의 노는 문화조차도 깊은 역사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여행의 묘미’ 걷기에 매력적인 도시 …다양하고 깊은 인문학·예술적 인프라

여행에서 걷는 행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굳이 철학적으로, 미학적으로 또는 사회학적으로 분석하지 않더라도, 걷는 행위 자체가 여행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는 여행을 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걷는다는 것은, 아니 더 나아가 어떠한 여행의 루트를 설정해서 따라간다는 것은, 그것이 설정된 길이든, 즉흥적으로 따라간 길이든, 어쨌든 경로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니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사실 여행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만큼 걷고, 그 걸음의 경로를 만들어가는 것은 여행에서 절대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사회학자 미셀 드 세토(Michel de Certeau)는 이러한 행위를 언어학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도시를 걸어다는 사람들에 대해서 하나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작가들과 같은 사람들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각 도시의 한 부분은 일종의 단어와 마찬가지이며, 그 단어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구성해서 이야기를 만드는가가 작가들의 행위인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이러한 장소들을 걸어다님으로 마치 언어와 같은 공간들의 조합 또 재조합을 일구어내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여행이든 일상이든 간에, 의식하고 설정하고 나서 걷든, 무작정 걷든 간에, 사람들은 그렇게 내러티브를 걸음으로서 만들어 내고 오늘도 이야기를 구성해나간다. 그것이 사실주의이든 심지어 초현실주의이든 간에.
따라서, 걷는다는 것은 일종의 예술행위이기도 하다. 마치 소설가가 적당한 단어들을 선택해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과 마찬가지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소설가가 될 수 있다. 다만, “잘”쓰는 소설가가 되기 힘들 뿐. 마찬가지로 누구나 여행을 하고 걸어다닐 수는 있다. 다만, “제대로” 여행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일 뿐이다. 하나의 예술행위로서, 따라서, 여행은 마치 예술가가 되는 기분이 들고, 한편으로는 지도나 기존의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루트를 참고해서 걸음으로, 어느 예술가와, 그가 유명하든 무명이든 간에, 함께 걷는 느낌도 받는다. 그것이 어쩌면 여행의 참 묘미일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하는 매력, 즉 루트를 따라가는 매력, 걷는 매력이 있는 도시를 하나 꼽으라면, 절대로 빠지지 않을 도시가 바로 스위스 바젤이다. 대다수의 한국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스위스 인터라켄을 들어가는 관문의 도시로 알려져 있고, 혹시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명한 바젤 아트페어의 도시로 알 수도 있겠다. 축구팬들에게는 작년에 UEFA의 다크호스였던, 우리의 박주호 선수와 북한의 박광룡 선수가 뛰고 있는 FC Basel의 도시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스위스 도시이지만, 프랑스와 독일 국경이 인접한 문화접경 도시로도 상당히 독특한 매력이 있는 이 도시가,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왜 여행자들의 걸음을 위한 매력적인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바젤 시청사와 매력적인 트람(왼쪽), 라인강에서 바라본 바젤 뮌스터 성당
▲바젤 시청사와 매력적인 트람(왼쪽), 라인강에서 바라본 바젤 뮌스터 성당

 
바젤은 아트페어의 이름 만큼이나, 스위스의 대표적인 예술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의 규모면에 있어서 비록 크진 않지만 독일 뒤셀도르프와 함께 예술부분의 인프라가 매우 많은 도시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가 여행했을 때는, 미술관만 돌아다니는데 무려 2박 3일이 걸렸을 정도로 미술관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으며, 스위스의 대표적인 키네틱 작가이자 신사실주의 아티스트인 장 팅겔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한스 홀바인도 거쳐갔던 도시이며, 네덜란드의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인 인문학자 에라스무스가 말년을 보낸 도시라는 사실까지 더한다면, 사실 이곳의 인문학적, 예술적 인프라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5세기부터 이미 스위스 최초로 대학을 설립한 도시라는 점까지 생각한다면, 이곳의 역사가 일구어낸 아우라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밖에 없다.
보통은 이렇게 역사가 깊은 도시일수록 그만큼의 내공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타 다른 스위스의 대도시들 만큼, 이곳도 그렇게 매우 앤티크한 느낌이 강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모던한 느낌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한국의 모던화된 도시들에 비해 훨씬 고풍스럽긴 하다) 하지만, 골목골목, 그리고 루트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사연들, 그리고 그걸 품고있는 흔적들은 이곳의 모던한 첫인상을 무색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특히, 다섯명의 대표적 학자들과 예술가들의 이름을 딴 바젤의 산책로 루트는 마치 이들과 함께 바젤을 걸으면서 함께 이야기를 쓰는 기분도 든다. (물론, 이들 이름은 그저 따왔을 뿐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거기에 매년 사순절 시기에 열리는 바젤 카니발은 이곳의 노는 문화조차도 깊은 역사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 정도의 내공을 가지고 있는 도시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듯 걷는다는 것은, 또는 트람을 타고 돌아다녀본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경험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자, 이제 바젤로 가보도록 하자. 딱딱한 구두보다는 걷기 좋은 운동화 끈을 꽉 조여매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에 산책도 할겸, 중간중간 보이는 카페에서 읽을 책과 소식을 전해줄 지인들의 주소를 적은 쪽지와 펜을 들고 수많은 이야기의 홍수가 넘치는 도시 속으로 뛰어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진정 수많은 학자들과 예술가들이 거쳐간 만큼, 아마 이곳을 경험한다는 것은 정말로 그들과 함께 걷고, 이야기를 쓴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쓴이 박 서 재
plibrary@daum.net

워릭대학교 Theatre Studies 박사과정
University of Bristol (MA/Mphil)
유럽 17개국, 100여개 도시
이벤트·축제 방문 리서치
다수 공연작품 연출·조연출·스태프 참여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워릭대학교 박사과정    기사 더보기
 플러스 광고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유럽 도시 산책 12 예술가이자 학자인 그와 함께 걷다 - 스위스 바젤(3) 2012.06.27
분노와 광기의 천년 역사를 가진 바젤 카니발, 화합과 광란의 축제로 승화
유럽 도시 산책 11 예술가이자 학자인 그와 함께 걷다 - 스위스 바젤(2) 2012.06.13
여행자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주는 도시
유럽 도시 산책 10 예술가이자 학자인 그와 함께 걷다 - 스위스 바젤(1) 2012.05.25
‘여행의 묘미’ 걷기에 매력적인 도시
유럽 도시 산책 9 친구와 함께 맥주 한잔을… 뮌헨(3) 2012.05.09
언제 찾아와도 어색하지 않고 다양하지만 매력있는 도시
우럽 도시 산책 8 친구와 함께 맥주 한잔을… 뮌헨(2) 2012.04.25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도시
핫이슈 !!!
영국 재향군인회 송년 행사 개최    2021.11.23   
31일 서머타임 시작    2024.03.21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통    2024.02.22   
찰스 3세 국왕 뉴몰든 첫 방문    2023.11.09   
해군 순항훈련전단, 런던한국학교서 문화공연 가져    2023.11.05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
31일 서머타임 시작
제 22대 국선 재외선거 신고·..
영국 차보험료 사상 최고 기록
넷플릭스의 웨스트 엔드 진출 의..
영국 투자 부동산에 대한 세금..
영국,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
‘한식 전파 프로젝트’를 시작합..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당..
영국 2월 집값 상승
포토뉴스
 프리미엄 광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생활광고신청  |  정기구독신청  |  서비스/제휴문의  |  업체등록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B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
Cavendish House, Cavendish Avenue, New Malden, Surrey, KT3 6QQ,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