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조상헌 교수의 <알레르기와 만성기침>을 20주 예정으로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는 조교수가 1996년~1998년 영국 사우스햄턴 병원 근무 중 본지에 투고했던 글을 새롭게 정리한 것입니다.
알레르기와 만성기침
음식물 알레르기 ② 진단과 치료
대증요법
음식물 알레르기에서 원인음식물이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되었더라도 현실적으로 회피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기 위해서 대증요법을 사용한다.
대증요법은 증상에 따라서 사용하는 약제가 다른데 가장 흔히 사용하는 약제는 항히스타민제이다. 그 이유는 알레르기반응이 일어날때 세포에서 나온 히스타민이 주로 작용해서 두드러기, 가려움증 등 여러가지 알레르기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며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하기 위하여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다.
따라서 항히스타민제는 약을 사용하였을 때에만 히스타민의 효과를 차단할 수 있고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증상은 재발한다.
항히스타민제는 장기적으로 투여하더라도 특별한 부작용은 없으나 투여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졸리움이다. 이것은 항히스타민제가 중추신경계 내로 들어가기 때문인데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후 자동차 운전을 하면 졸다가 사고가 날 위험성이 많으므로 운전 전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여서는 안된다. 또한 밤새워 공부하는 수험생, 위험한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들도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할 때에는 주의를 요한다.
최근에는 중추신경계로 침투하지 않는 항히스타민제가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다면 운전기사, 수험생들도 졸리움의 위험이 없이 비교적 안심하고 대증치료를 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에서 또 한 가지 특효약으로 사용되는 약으로 부신피질호르몬제 또는 스테로이드제가 있다. 부신피질호르몬제로서 흔히 사용되는 약제로는 프레드니솔론이나 덱사메타존이 있는데 여러가지 알레르기성 질환에서 증상을 가라앉히는데 특효를 보인다.
그러나 이 약제는 장기적으로 사용하였을 경우 비만증, 고혈압, 당뇨병, 백내장, 녹내장, 골다공증 등 돌이킬 수 없는 무서운 합병증을 일으키므로 병원에서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신중히 사용하는 약제이다.
요즈음 알레르기증상만을 신속히 완화시키기 위하여 부신피질호르몬제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으나 음식물알레르기에 의한 증상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약제를 사용하여서는 안된다. 음식물 알레르기로서 이 약제를 사용하여야 할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지시하에 사용하여야 추후에 일어날 수 있는 무서운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음식물 알레르기를 단시일 내에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반인들은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다고 하면 매우 낙담하고 이제부터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는 틀린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특별한 치료가 없더라도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개월이 지나면 시험적으로 먹어 보아서 자연치유가 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증상이 계속 나타나는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 등 대증요법제를 사용하여 증상을 가라 앉힘으로써 정상적인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극소수의 환자를 제외하고는 음식물알레르기는 건강에 큰 지장은 가져오지 않는 질환이다.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다는 것은 인공적으로 근치가 안된다는 뜻이지 이 질환이 낫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며, 또 낫지 않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약제를 적당히 사용하면 정상적인 수명과 생활이 가능하므로 극히 일부의 중증 환자를 제외하고는 크게 걱정할 질환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주 곤충 알레르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