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표 한인신문

런던의 두 중심을 잇는 거리, 스트랜드(The Strand)
정치를 대표하는 서쪽의 시티 오브 웨스트민스터와 경제를 대표하는 동쪽의 시티 오브 런던의 두 중심을 잇는다.

▲ 스트랜드는 채링 크로스에서 시작해서 서쪽으로 올드위치를 지나 템플바까지 이르는 거리로 런던에서는 보기 드물게 길고 넓다.

영국이든 한국이든 사람 이름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거리도 마찬가지다. 계획한 주체에 의해서든 디자이너에 의해서든 거리도 그에 합당한 이름이 주어진다. 런던의 여러 거리 중에서 멋진 이름을 가진 거리가 있다. ‘스트랜드’다. 스트랜드는 채링 크로스에서 시작해서 서쪽으로 올드위치를 지나 템플바까지 이르는 거리로 런던에서는 보기 드물게 길고 넓다. 영어 단어 ‘strand’는 ‘끈’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스트랜드 거리는 끈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이어줄까?
앞선 2회에서 설명했듯이 12세기에 들어서 황실이 웨스트민스터로 이주하면서 런던은 두 개의 강력한 중심을 갖게 되었다. 황실과 정치를 대표하는 서쪽의 시티 오브 웨스트민스터와 경제를 대표하는 동쪽의 시티 오브 런던이다. 두 지역은 전혀 다른 특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런던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같은 런던의 두 중심을 잇는 거리가 바로 스트랜드다. 독특한 지정학적 특징으로 인하여 스트랜드는 한편으로는 황실 거주지역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고급 상업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스트랜드는 수평적으로 런던의 서쪽과 동쪽을 잇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수직적으로 템스 강과 도시를 잇는 역할도 한다. 빅토리아 임방크먼트가(1870년 완공) 건설되고 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스트랜드의 남쪽 지역에서는 템스 강변으로 직접 내려 갈 수 있었다. 그러므로 스트랜드는 번화한 도시와 한가로운 강을 위아래로 연결하는 장치인 셈이다. 이러한 환상적 입지조건 때문에 스트랜드의 아래쪽에는 황실과 교회 주교 등을 위한 궁전 및 저택들이 속속 건립되었다. 사보이 궁전(현 사보이 호텔 부지), 더함 하우스, 서머셋 하우스, 노섬버랜드 하우스, 요크 하우스, 아룬델 하우스 등이 대표적인데 아쉽게도 현재는 대부분 사라졌다. 당시의 그림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대규모 건물들은 템스 강변 방향으로 넓은 정원을 조성하여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했다. 유일하게 잘 보존된 서머셋 하우스를 보면 당시 유럽 최고의 도시로 부상한 런던에서 황실과 귀족들의 화려한 삶이 어떠했는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 스트랜드는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의 사교생활을 즐기는 공연의 거리다. 사진은 뮤지컬 라이온 킹이 공연되고 있는 리세움 극장 전경.

스트랜드가 런던을 대표하는 거리로 명성을 떨치게 된 데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문화, 예술 거리로 부각되면서부터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스트랜드는 공연의 거리다. 귀족들은 물론이고 전통과 부를 축적한 중산층 및 상인들이 자리잡음으로써 스트랜드는 상업지역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의 사교생활을 즐기는 장소로 발전했다. 건물의 경우 여러 차례 헐고 짓기를 반복하여 현재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리세움 극장, 시카고의 아델피 극장 그리고 보드빌, 사보이 극장 정도가 오래된 건물이고, 나머지 공연장들은 대부분 20세기 이후에 지은 건물을 사용한다. 크고 작은 공연장들을 중심으로 스트랜드에는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들어섰고, 명실공히 런던을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스트랜드 감상의 백미는 길을 걸으면서 건물 사이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길게 늘어선 건물들은 몇 블럭씩 묶여 있고, 그 사이에는 큰 건물이 있거나 위아래로 템스 강 및 작은 길들이 연결된다. 길을 따라서 걷다 보면 틈새로 템스 강과 강 너머의 건물들이 보이는가 하면, 사보이 호텔, RSA(Royal Society of Arts), 코벤트 가든, 리세움 극장 등이 위용을 드러낸다.
만약에 스트랜드가 없다면 시티 오브 웨스트민스터와 시티 오브 런던은 지형적으로 분명하게 분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도시는 스트랜드에 의하여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스트랜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런던의 두 중심 사이에서 또 다른 중심 역할을 하는 스트랜드는 런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금과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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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정후(건축가, 런던정경대학 튜터)

약력 :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디자인 스튜디오 O.N.E 소장 / 건축 비평가
          영국 바쓰대학 건축학 및 런던정경대학 도시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활동 : 현재 디자인과 강의를 하고 있으며 조선일보, KBS, SBS의 디자인 프로그램 자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