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중반 이후 영국은 더 이상 흘러가는 노대국임을 거부한 나라다. 1979년 대처 총리가 개혁에 나선 이후 경제는 완전히 회복되었고,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미국과 나란히 신경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김상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런던무역관장
대처 총리가 11년 동안 시장경제원칙을 고수하면서 노조의 영향력을 축소, 건전한 기업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영국이 최근 조금씩 뒤뚱거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가운데 주택가격은 올해만 25%나 급등했다. 또 물가는 2.5% 억제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다 공공 부문 개혁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영국에서 소방관과 교사까지 파업에 나서는 등 교육·보건·교통·에너지 부문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대학생들은 수업료 인상 움직임에 수만명이 시위를 단행했다. 총리 자제가 과외를 받아야 할 정도로 공교육이 약화됐다. 공공보건 및 의료제도는 투자 부족으로 차라리 민간 의료보험을 강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철도와 지하철은 공공연한 연·발착 및 고장에다 철도는 이미 파산 상태에 들어가 제3자에게 회생책이 넘어가 있다. 에너지 부문도 민영화의 상징이었던 원전이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정부가 긴급 구제에 나서 다시 공기업화됐다.
이 모든 어려움이 공공 부문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도 있지만 개혁 그 자체에 안주하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절대적 국민 지지로 출범한 제2기 블레어 정권에 찬바람이 되고 있다. 특히 소방관들의 40% 임금 인상 요구로 시작된 파업은 이를 반대하는 정부 및 기업에 큰 상처를 남겼다. 분출하는 이익집단의 요구를 적당히 들어주고 평화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이익집단을 설득해 정부의 중·장기적 정책 목표를 밀고 나갈 것인가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블레어 총리가 강하게 불고 있는 공공 부문 역풍에 대해 과연 어떻게 대처할지에 영국 내와 유럽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선일보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