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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0주년 특별기고 - 끊임없이 변화를 주도하는 신문
코리안위클리  2011/07/06, 05:34:13   
일방적인 정보 전달 매체 아닌 교민사회 의견 교환의 장으로 변신해야

20년째 생일이라면 사람으로 치면 당당한 성인식을 할 나이다.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쳐서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역할과 모습에 자신을 가지고 스스로의 인생을 열심히 살기 시작하는 시기다. 언론사든 회사든 병원이든 어떤 기관이 새로운 출발을 하면 여러가지 시행 착오를 견디고 주위의 잔 바람에 시달리면서 뿌리가 어느 정도 튼튼해지는데 그 성장을 위해서는 일정한 세월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특히 영국 문화에서는 모든 관계에 있어서 ‘세월’을 중요시 한다. 영국 은행은 누가 자산이 많다고 해서 돈을 선뜻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은행과 얼마 정도 오랜 세월동안 거래 했는지를 신용의 척도로 삼는다. 실제로 영국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마음이 오가는 사이가 되려면 오랜 세월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영국 문화속에서의 코리안위클리의 20주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세월이 지나가면 경험이 쌓이고 이것이 언론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는데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무조건 오래되었다는 것이 좋지 않을 때도 있다. 20년 동안 똑같은 일을 하다보면 많은 부분이 반복될 수도 있고 그러면서 때때로 창의적이 되기 보다는 고루해질 위험성이 있다.
영국의 많은 신문사 중에서도 바로 타임지가 그 예이다. 타임지는 다들 알다시피 무수한 신문 중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권위가 높다고 자타가 공인하던 신문이었지만 늘어나는 경쟁과 시대 변화로 발행부수가 급격히 주는 위기를 당한 적이 있다. 그 해결책으로 내 놓은 것이 신문 크기의 변화였지만 오랫동안 구독한 독자의 하나로서 느낀 것은 내용도 굉장히 트렌디 한 것으로 바뀌었음을 알수 있었다.

20년 동안 똑같은 일을 하다보면 많은 부분이
반복될 수도 있고 그러면서 때때로 창의적이
되기 보다는 고루해질 위험성이 있다.
코리안 위클리도 오래 되었다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은 유지하되 끊임 없이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 중요할런지도 모른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그러한 변화속에서도 자신들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것은 버리지 않고 곳곳에 유지하고 있으니 마치 버버리 특유의 체크무늬는 그대로지만 여러가지 스타일이 유행을 따라서 바뀌는 것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어쩌면 코리안위클리도 오래 되었다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은 유지하되 끊임 없이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 중요할런지도 모른다.
사실 신문은 요즘 시대에 굉장한 위기를 맞고 있다. 점점 인터넷이 발달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들일일 수 있는 테크놀로지가 발달함에 따라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사양산업(?) 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 뉴스가 궁금하다면 굳이 신문을 볼 필요는 없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하루종일 앉아서 읽어도 다 못 읽을 분량의 내용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영국 뉴스야 모바일 폰으로 검색할 수 있으니 접근성은 더욱더 용이하다.
이런 현실에서 영국의 한인 교포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될지는 모든 교포지가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교포지가 인터넷 기사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면 굳이 귀찮게 신문을 들고 다녀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코리안 위클리가 20세가 된 맏형으로서 먼저 방향제시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넷에서 쉽게 보기 여려운 심층기사라든지 아니면 한국 혹은 영국 신문이나 인터넷 싸이트에서 보기 힘든 한국 교민들의 독특한 세계관이나 인생관 등을 나누는 컬럼 등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난 요즘 한국 사람들과 결혼한 영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고 영국에 온지 얼마 안되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좌충우돌하면서 사는 지도 궁금하다. 요즘은 방송도 인터넷도 모두 독자들의 참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의견 교환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가지 아쉬운 것은 코리안 위클리에 교민들의 목소리가 아직은 적다는 것이다. 컬럼이 많아지고 단순한 발췌기사 보다는 심층적인 내용이 눈에 뜨이기는 하지만 교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은 가지기가 어렵다. 그것이 신문의 잘못이라고 보기에는 물론 어폐가 있지만 이제는 교민 사회도 또한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좀더 자신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어쨌든 오래된 세월만큼 교민들에게도 널리 알려 졌고 그만큼 신용도나 인지도가 높은 코리안 위클리가 그 책임감 만큼이나 사명감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다시한번 코리안 위클리의 창간 20주년을 축하하면서 건투를 빈다.

 





우이혁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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