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장에서도 거품(버블)이 붕괴되는가. 지난해만 해도 10편에 달하는 ‘대박영화’가 쏟아져 나오며 흥청거렸던 국내 영화계가 올 들어 경기하강에 휘말리면서 최근에는 돈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영화제작에 ‘돈줄’로 활약해온 벤처기업들이 영화투자를 중단하거나 투자규모를 크게 줄이면서 돈을 구하지 못해 제작계획에 차질을 빚는 영화가 속출하고 있다.
‘충무로’를 위축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1백억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다.
8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 <예스터데이> <아유레디>, 110억원에 달하는 한국영화 최고 제작비를 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10만명 정도 관객 모으기에 그치는 등 실패를 거듭하면서 여기에 투자했던 벤처자금들이 급격히 충무로에서 빠져 나가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0년과 2001년 각각 850억원, 891억원에 달하던 영상펀드가 올해는 지난해 대비 6분의 1 수준인 150억원으로 줄어 들었다.
또 영화진흥금고를 매개로 한 영화펀드는 아예 결성 자체가 미뤄지고 있다.
벤처자금 이탈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KTB엔터테인먼트의 철수. 지난해 10월 벤처캐피털업체인 KTB네트워크 영화사업팀에서 독립한 KTB엔터테인먼트는 150억원대 투자계획을 밝히며 충무로에서 큰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80억원을 투입한 <아유레디>를 비롯해 투자한 영화가 줄줄이 참패하며 1년 만에 간판을 내리는 비운을 맞은 것이다.
충무로 메이저 투자자 중 하나인 T사도 1백억원대 블록버스터가 전액에 가까운 손실을 내며 존폐 기로에 서 있다.
이춘성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부 팀장은 “영화시장 위축과 벤처업계 위축이 맞물려 벤처투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내년에는 충무로에 유입되는 자금이 올해에 비해 절반 정도로 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전국 관객 1백만명을 넘은 작품은 몇 개나 될까. 올 들어 지금까지 개봉한 한국영화는 모두 77편. 이 중 1백만명을 넘은 작품은 14개고 2백만명을 넘은 영화는 5개에 불과하다.
올해 실제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전체 중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6∼17편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을 크게 낸 영화는 <가문의 영광> <집으로…> <공공의 적> <폰>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충무로에서 벤처자금이 빠져 나가는 것은 반드시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건’을 노리는 투기성 투자가 줄어 충무로에서 거품을 걷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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