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인질극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극도의 공포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질극의 무대가 된 베슬란은 3만4000여명 전체 주민 중 1%가 넘는 인구가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드러났다. 베슬란 주변 병원에 입원 중인 부상자들 가운데는 충격 때문에 자기 이름도 제대로 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신원 확인을 위해 의사들이 환자들의 사진을 찍어 병원 벽에 붙여놓았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사고와 무관한 시민들도 공포에 질려 외출을 삼가고 있으며, 러시아 전역의 학교들은 3일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수천 명의 유족들은 친인척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학교 주변 병원을 전전하며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경찰이 병원 출입을 통제해 외벽에 걸린 환자 명단을 초조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건물 내에 남아 있는 폭발물을 제거하느라 시신 수습에 시간이 걸린 데다가, 희생자 중 상당수가 신분증이 없는 어린이들이고, 옷까지 벗고 있어 신원 확인 작업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주민은 <NTV>와의 인터뷰에서 “실종된 아들이 이제 겨우 세 살인데 명단을 본다고 나오겠느냐”고 호소했다.
가족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인근 블라디카프카스의 시신보관소로 달려가 비닐백에 담긴 채 복도에 줄지어 누워 있는 신원 불명의 시신들 사이를 넋 나간 표정으로 헤매고 다녔다. 그 가운데는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훼손된 아이들의 시신도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4일 정부가 인질극 현장 출입을 허용함에 따라 일부 유가족들은 폐허가 된 초등학교 건물 내부를 돌아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폭발로 잿더미가 된 체육관 내부에는 무너져내린 지붕 잔해와 깨진 유리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총알구멍으로 벌집이 된 벽이 진압 작전 당시의 치열한 총격전을 짐작케 했다. 불에 그을린 바닥과 창문에는 맨발로 깨진 유리를 밟으며 탈출을 시도했던 사람들의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북오세티야 정부는 인질극이 벌어졌던 학교를 재건하지 않고 추모비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의 주요 길목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놓은 조화가 줄을 지었다. 일부 유족들은 5일 첫 합동 장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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