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 중국 부총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돌연 귀국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 최악의 외교결례라며 중국을 강력 비난하고 있고, 중국도 원초적 책임은 일본에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4월 교과서 문제로 촉발된 중국의 반일시위 이후의 양국간 앙금이 다시 분출되는 분위기다.
◇일본, 무례 맹성토=일본은 우이 부총리가 ‘본국내 긴급 공무’를 이유로 회담을 취소하고 중국에 돌아간 뒤 24일 예정대로 몽골을 방문하자 ‘이런 무례는 없다’며 크게 흥분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외상은 “(중국은) 사과 한마디 없다. 신뢰해야 할 인간끼리의 만남이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각료들 사이에서는 ‘중국은 본래 ‘예의 국가’였는데 예를 잃은 것 같다’ ‘중국에 마이너스일 뿐’, ‘국제 예의상 생각할 수 없는 일’ 등의 발언이 잇따랐다.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그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해 나도 기꺼이 시간을 냈던 것”이라며 “야당의 의회 심의 거부가 전염된 것 같다”고 중국을 비꼬았다.
◇중국, 원인 제공은 일본=중국은 근본 원인이 일본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궈팡 외교부 부장조리는 “우이 부총리의 방문에는 좋은 분위기가 필요했지만 일본 지도자들은 역사와 관련해 거듭 부정확한 언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쿵취안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지도자가 우이 부총리 방일 기간 중 야스쿠니 신사를 계속 참배하겠다고 발언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의 회담 취소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 우이 부총리 방일 전날 “참배는 다른 나라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고 밝히고 ▲다케베 쓰도무 자민당 간사장이 최근 중국 지도부에 “참배 거론은 내정간섭”이라고 말한 점 등이 중국을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언론은 회담 취소가 후진타오 주석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전망은=일본 정부는 회담 취소 원인에 대해 “중국이 ‘타의는 없다’고 말했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야스쿠니 문제가 부각되는 게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참배 중지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중국도 완강하다. 중국 국민들은 우이 부총리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와 만나 참배 당위론을 듣느니 차라리 취소라는 행동을 통해 불만을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중·일 관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태도는 향후 대일 강경자세를 예고하는 것”이라며 “고이즈미 총리 역시 야스쿠니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국 관계가 장기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