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혐의 실형선고 후 판사가 직권으로 허용 실형을 받은 피고인이 아들을 한번 안아 볼 수 있도록 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하자 판사가 이례적으로 부자父子의 법정 내 포옹을 허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1일 오전 부산지법 동부지원 303호 법정.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던 김모(31)씨는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지난 1월 30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한 식당 앞에서 친구 3명과 함께 20대 남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술집에서 일하는 처형이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자 이를 따지기 위해 술집 주인을 만나 말다툼을 벌이다 빚어진 일이었다.
함께 기소된 친구 3명이 앞서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과 달리 자신에게 실형이 떨어지자 김씨는 망연자실해했다. 과거 폭력행위로 처벌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실형을 받게 된 것이다.
실형 선고 직후 김씨는 “할 말이 있으니 들어달라”고 외쳤고, 교도관들은 김씨의 돌출 발언에 놀라 급히 말리려 했다. 김씨는 “법정에 첫돌을 막 지난 아들이 와 있는데 한번만 안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교도관들은 구속 상태 피고인에겐 어림없는 일이라며 제지했다. 구속된 피고인이 법정에서 일반인과 접촉하는 것은 위험한 돌발 상황을 일으키거나 수상한 물건 등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박운삼 형사3단독 판사는 잠시 고민한 후 직권으로 부자간 포옹을 허락했다. 김씨는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아들을 안은 뒤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부산지법 백태균 공보판사는 “같은 아버지 입장에서 그 같은 간곡한 부탁을 담당 판사가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포옹 순간 아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죄를 짓지 않겠다는 깊은 반성이 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