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돈벌수 있다” 성매매 유혹 빠져
수용시설 포화 상태… 시설 운영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지난해 초 여중생 A양(당시 14세)이 남자 친구와 함께 또래 아이들을 폭행하고 도둑질을 일삼다 경찰에 붙잡혔다. 학교는 이미 그만둔 상태였고, 임신 중절 수술 경험도 한 차례 있었다. 재판부는 초범인 점을 감안, 보호관찰처분을 내렸지만 A양은 1년도 안 돼 다시 법정에 섰다. 그 사이 임신 중절 수술을 한번 더 했고, 재판받을 당시도 임신 5개월째였다. 범죄의 굴레에 갇힌 것이다.
여학생 범죄자, 이른바 ‘소녀범’이 갈수록 늘어 수용시설이 포화 상태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탈’ 소녀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성매매 등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강간 등 소년들의 성범죄도 크게 늘고 있고, 경기 불황과 맞물려 전체 소년범의 범죄 가운데 ‘생계형’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5일 법무부의 ‘소년원 월별·수용시설별·성별·범죄유형별 수용인원’에 따르면, 전국 유일의 여자 소년원인 안양소년원 수용인원(1일 평균)은 지난해 1월 145명에서 12월 209명으로 급증했다. 이 소년원 수용정원은 120명이다.
올 들어 1월 206명이던 안양소년원의 소녀범은 2월 190명으로 주는 듯했지만 3월 195명, 4월 208명으로 다시 늘어 지난해 최대 수용인원(10월 214명)에 근접했다.
서울가정법원 박종택 소년단독 재판부 부장판사는 “소녀 범죄가 증가하고, 흉포·강력화하고 있다”며 “특히 여학생은 가출하면 성매매, 원조 교제에 많이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학생들이 성매매 등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가 맡은 재판에선 가출한 남녀 중학생 가운데 여학생은 성매매로, 남학생은 절도로 돈을 벌어 찜질방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남학생들의 성 의식도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전국 9개 소년원에 수용된 소년범 범죄유형에서 강간은 2007년 8명에서 지난해 87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2003년 부모가 이혼한 B(23)씨는 고교 3학년 때인 2004년 여동생을 두 차례 강간했다. 그는 이듬해 말 대전소년원에서 퇴원한 지 하루 만에 다시 한 여학생을 아파트 옥상에서 성폭행했다.
생계형 범죄 성격인 강도상해 소년범은 2007년 90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늘었다. 절도는 75명에서 155명으로, 주거 침입 절도는 1명에서 4명으로 각각 늘었다.
내일청소년상담소 이현숙 대표는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조기에 발견돼 성인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흩어져 있는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