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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순 씨는 딸이 경찰에 들어간 후 노팅엄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정박아들을 돌볼 수 있는 Learning Disability Nurse 자격증을 획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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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 경찰관 딸에 감사하며 엄마가…
우리 딸은 London Metropolitan Police 경찰관이다. 직장 추천 케이스로 오는 5월 Buckingham Palace에서 열리는 가든파티 초대를 받았다.
딸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이 글을 통해 한국커뮤니티에 계신 많은 부모님과 자녀들의 시야가 넓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딸은 그 초청장을 보여주며 자기가 함께 동반할 수 있는 파트너는 단 한 명인데 아빠보다 엄마랑 가는게 더 즐거울 것 같다고 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라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딸은 “엄마가 좋아할 거예요”“그날 많이 즐길 수 있을 거예요”라며 “난 경찰 정복을 입어야 하지만 엄마는 한복을 입어보세요.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끌 것이고 엄마와 대화하고 싶어질 거에요”라고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다고 대답했다.
내가 자식 덕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버팅엄궁에 갈 수 있다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불현듯 옛 속담에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있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 속담은 쥐와 쥐가 살고 있는 아주 좁은 공간을 상징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쁘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무사히 잘 넘겼고 좋은 일만 성실히 해 오다보니 이제야 좋은 일이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
딸이 경찰관이 된지도 벌써 17년째, 2001년 9월 A level 시험을 보았고, 시험 결과도 꽤 좋아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을 찾아 입학하면 되는 절차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때 뭘 전공할까라는 판단은 분명히 못 내렸던 것 같다. 부모로서 딸이 의사, 선생님 아니면 간호사가 되는 공부를 하면 직업에 대한 고민은 없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딸은 자기는 배울만큼 배웠기에 더 이상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경찰에 지원했고 우리 부부는 동의했다.
남편과 나는 부모로서 응시 절차를 도와준 것뿐이다. 경찰이 된 후 힘든 일은 딸이 온전히 다 한거다.
이 일을 계기로 난 딸에게 내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부모는 아이의 권리와 의견을 존중해 주고 가족들과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아이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이롭다.
그리고 엄마는 엄마,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함을 보여주는 거다.
특히 여자 아이는 자라면서 엄마에게 배우는 게 많고 남자 아이는 물론 아빠의 좋은 점도 많이 배우지만 동시에 좋지 않은 행동도 함께 배운다.
자녀는 성장하면서 부모의 여러 행동을 실제로 따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부모가 싸움을 자주하고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장면을 보며 성장했다면, 그런 아빠의 행동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아이들 마음 속엔 그런 것들이 일반화된다. 맞고 때리는 건 특별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또 한 가지는 부모가 자주 다투고 싸움하는 환경에서 자라면 불안감을 가지면서 아이의 정신 건강이 삐뚤어질 수도 있다. 항상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글쓴이 : 임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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