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한인 일부의 뜨거운 관심속에 한인회 이사회에서 선출될 한인회장 입후보자가 드디어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내년 한인회장 선거에 박영근 현 한인회장과 신우승씨가 출마했다. 두 후보는 출마에 필요한 추천을 완료해 양자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1년 임기의 한인회장 선거는 매년 11월 말경에 이뤄지는데 선거일은 곧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인회는 대부분의 경우 ‘형님 먼저 아우 먼저’의 목가적 분위기 속에서 추대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인회장 선거후 기본적 회원의 자격시비 등 주위가 임기 내내 어지러운 적도 있었다. 금년에는 이제 두 분이 입후보하고 보니 과거의 금전적 처신이 문제가 되어 이미 어느 한 분은 곤욕을 치르고 있는 듯 하다.
한인회장은 모름지기 우리 대사관의 한 중견외교관의 의견처럼 ‘누구든지 객관적으로 한인회장으로서 일을 할 수 있는 분’을 우선적으로 모셔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인 듯 하다.
한인회장의 선거철을 스무 번도 더 맞이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흔히들 마라톤 등 특히 중장거리 육상운동계에서는 페이스 메이커를 채택하여 본선수의 기록향상에 기여한다는데 우리 한인회도 두 분 중 한 분은 경영능력 등 무엇이 한인회를 위하는 길인가 잘 생각해보고 본(메인) 선수를 위한 페이스 메이커가 됐으면 한다.
마라톤 등 중장거리 육상 동호인회 등에 따르면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는 말그대로 ‘페이스를 유지시켜주는 사람’ 즉, 여러번 마라톤 등 중장거리 완주경험이 있고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목표하는 시간대를 정하고 그를 따르는 주자들의 표적이 되어 달림으로써 초보자들로 하여금 완주 혹은 기록단축에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엘리트 선수들에게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페이스 메이커의 원래 역할은 목표한 시간에 완주시키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록을 작성하기 위하여 임의로 선수를 선발, 앞에서 이끌도록 한 선수이다.
한국도 하프마라톤 이상의 마라톤대회에서는 모두 페이스 메이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 메이커의 활성화를 위해 광화문마라톤모임이라는 풀뿌리 마라톤클럽에서는 페이싱팀을 창단하여 페이스 메이커의 선발 기준과 그 역할을 규정하고 각 대회에 페이스 메이커를 자원봉사자의 성격으로 파견하고 있다.
특히 완주 도우미 페이스 메이커는 맹인 등 지체 장애자와 함께 뛰면서 단순히 앞에서 달리는 시계의 역할이 아니고 주로 도로상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를 살펴야 하고 하프코스 후반부에서 힘겨워 포기하는 주자들을 격려하고 자신감을 부여하여 모두가 완주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시간대 페이스 메이커들이 운영하는 매 킬로당 페이스 챠트는 거리를 단순하게 산술평균한 것을 사용하지 않고 주로의 고저도 및 후반부의 피로도를 충분히 감안한 페이스 전략표를 작성하여 참가자들이 완주하도록 도움을 준다.
이와같이 우리 재영한인회의 이사회도 입후보자중 누가 본선수이고 누가 페이스 메이커인지 잘 구별하여 선출할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인회 회원총회에 의하지 않고 이사회에 회장선출을 맡긴 정관의 취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회장후보자는 물론 이사들도 회비납부 등 기본자격에 흠결이 없는지 또 후보자의 과거 여러 스캔들에 결부된 소문들이 사실인지 사전에 청문회 혹은 자격검증위원회 등을 임시구성하여 심사·결정케 함으로써 성숙한 한국인의 정치능력을 과시해야 한다.
이사회는 선거 전에 충분한 시일을 두고 회원들의 후보자에 대한 서면의견을 환영하도록 언론을 통한 광범한 홍보활동을 펴야 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탈락하는 한 분은 페이스 메이커로서 선출되는 새 회장의 업적에 한인들을 대신한 봉사자로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 아니겠는가.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 디지털사상계 편집위원(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