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특검법 재의결이 확정될 즈음인 지난 4일 오전
는 “노대통령은 측근의 비리의혹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그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President Roh is fighting for his political life after an aide was accused of taking illegal payments.)”고 그 심각성을 상세히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는 시기적으로 이 특검의 임명에 앞서, 마치 고수의 포커꾼이 마법의 소매 속에서 잘 맞춘 타이밍으로 카드를 한 장 한 장 차례대로 꺼내듯 자고나면 메이저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의 불법수수 사실을 터뜨렸다. ‘탑 트럭에 채운 150억원의 현금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키 2개로 인계하는’ 조폭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효과의 흥미까지 곁들여 전국민(?)의 부정부패에 대한 분기를 탱천케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마이너 의석의 정당과 측근의혹도 액수는 비교가 안되는 규모의 조연으로 물론 빠지지 않고 고루고루 등장하고 있다.
이제 가 지적한 노대통령의 정치생명뿐만 아니라 국회 등 대부분 정치인의 정치생명까지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안개상태가 돼 측근도 여도 야도 국민의 눈에는 현찰치기의 악마들만 우글거리는 2003년의 세모의 대~한민국이 됐다.
이런 판국에 이 악마들의 선택엔 과연 어떤 방도가 있을까.
▲ 특검법 투표를 위해 등원한 의원들이 줄을 서서 투표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탄핵, 한나라당의 예상 가능한 수순
16대 국회의 임기는 2004년 5월29일까지이고 그때까지 회기가 계속되는 한 현행범인을 제외한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가지며(헌법 제44조)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서는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헌법 제45조).
따라서 앞으로 5개월여의 기간 동안은 국회의원은 과반수 한나라당 의원의 힘만으로도 결코 체포나 검거되지 않을 것이며 검찰이 불러도 가지 않으며 국회 내에서 하고싶은 방어발언 다 해가며 합법적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특검결과로 노무현 대통령과 연관된 수사결과가 만약에 나온다 해도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 이외에는 재임중 소추를 받지 않는 형사상 특권을 누린다(헌법 제84조). 따라서 특검의 결과는 다만 정치적인 것이고, 이를 토대로 또는 다른 이유로 탄핵을 하지 않는한 노대통령은 임기중 건재하게된다.
결국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자민련에게 개헌은 물론이요, 정치적인 흥정으로 빅딜을 하여 노대통령의 탄핵발의와 탄핵소추의 의결로 일단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가정도 성립한다.
한나라당은 최근 몇백억 대선자금수수의 연일수사결과로는 내년 4월15일 총선을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며 치를 수도 없고 ‘전원 구명보트를 찾아 싸우는 타이타닉호의 운명’을 피할 수도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 있다고 한다.
불법자금수수로 이렇게 다 죽게 된 판국에 모든 것을 민주당과 자민련에 다 주기로 마음을 비우고 약조한다면 헌법상 허용된 탄핵(헌법제65조)이 가능하다. 어차피 한번 죽기는 매 한가지인데 ‘죽기로 살기를 기한다’는 충무공식 사고와 행동도 쥐가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도 문다고 하는 식과 더불어 행동의 가시거리에 있다고 본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대한민국 헌법상 탄핵의 소추기관은 대의기관인 국회다. 따라서 국회가 행하는 탄핵소추의 의결은 탄핵대상자에 대한 대의적 책임추궁의 의미도 함께 갖게 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만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가 있어야 하고(헌법 제65조 제2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 제65조 제2항).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헌법 제65조 제3항). 또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의 결정을 할 수가 있는데(헌법 제113조 제1항) 이미 헌재의 재판관 4인은 소수의견으로 재신임불가의견을 밝힌 바도 있어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시점의 심판에서 가결을 위한 6표를 위한 2표 추가는 염량세태라는 말도 있으니 반드시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하늘이 두 쪽나도 집권했어야
한편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는 ‘하늘이 두쪽이 나도 이번에는 집권해야’의 발언으로 국민을 자극한 바도 있었는데 이는 지금의 탄핵고비 때를 잃으면 영원히 기회를 놓칠 것을 미리 예견한 선견지명 같이도 느껴진다. 이 구호 ‘하늘이 두쪽나도…’는 바로 현재의 절박한 연상이다. 하늘이 두쪽이 나도 집권을 못했으면 탄핵이라도 하자는 것인가.
한편 다른 악마인 여당과 정부의 의혹관련자들의 앞으로 가능한 처신은 무엇일까? 당국의 한나라당 부정자금수사와 의혹이 국민의 공감을 받고 잘 진행되어 맞불의 역할을 해주기를 간절히 성원하고 기원하면서 총선거에서 국회의 다수당에 친여가 등장하기를 기원하는 원시 샤마니즘식 방법이 가장 개연성이 높은 듯 하다. 게다가 코드언론과 단체(?)의 지원도 받을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 연어의 삶이 인간보다 낳은 선택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대양에서 원래의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는 산란지 맑은 물에서 알을 낳고 죽음으로써 몸에 간직되어 있던 영양소를 풀어놓는데, 그 영양소를 기반으로 짧은 기간에 조(藻)류가 자란다. 갓 알에서 깬 연어 새끼는 그렇게 자란 조류를 먹고 큰 세상으로 나갈 힘을 기른다. 말하자면 어미의 죽음은 새끼들의 먹이를 위해 필연적이라는 얘기다. 장엄한 자기 마감은 인간보다 훨씬 위대하다고 본다.
악마들의 선택은 무엇이 될까 궁금하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 디지털사상계 편집위원(nkymm@hotmail.com)